국내 원자력발전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등하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간밤 미국 원전주의 심상치 않은 상승세와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원전주 돌풍을 이끌었다. 단순히 단기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900원(7.63%) 상승한 5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5만 4300원에 출발해 꾸준히 상승폭을 높여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와 함께 한전기술(052690)(24.37%), 한전KPS(051600)(13.48%), 우리기술(11.25%), 우진(10.45%), 현대건설(000720)(5.69%) 등 다른 원전 관련주들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원전 설계, 기자재 공급, 시공, 정비 등 원전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원전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이번 국내 원전주 강세는 미국 원전주 상승세와도 맥을 같이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의 주가는 9.49% 급등했다. 특히 오클로(Oklo)의 주가는 30% 가까이 폭등하며 주목받았다. 오클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4세대 SMR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알래스카 공군기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미국 원전주의 움직임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차세대 원자로 건설을 위해 탠덤 에너지로부터 8억 3000만 달러(약 1조 1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과 맞물려 더욱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세계적인 거물 빌 게이츠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 원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원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에 투자하거나 장기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여타 원전 관련 기업들 역시 국내외 원전 건설 및 유지보수 시장 확대에 따른 수주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원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 중인 해외 원전 프로젝트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하며, 특히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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