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맞닥뜨리게 된 가장 큰 갈등은 좀처럼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정 간 신뢰 회복부터 차근차근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뢰 회복 과정의 첫 단추는 정권 교체로 자연스레 이뤄질 보건복지부 장차관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 해소를 국정의 우선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학계 원로 석학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호소문을 내 “정부와 국회는 현 상황의 해결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속 가능한 의료 체계 복원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달라”고 말했다. 의학한림원은 “지금 이 순간이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단지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건강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할 열쇠는 의료계의 대화 상대인 복지부 장관과 2차관으로 누가 선임되느냐다. 현직인 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은 의료계의 퇴진 요구 대상으로 대화 상대가 되기 힘들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권 자체가 바뀌는 바람에 의료계가 요구하는 책임자 문책 문제가 사라졌다”며 “새로운 장차관이 임명되고 기존에 관련 정책을 담당하지 않은 공직자가 대화에 새로 나서면 대화가 부드러워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비타협적 태도가 갈등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5월 전공의 추가 모집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마지막 기회였으나 이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복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사이 발생한 의학 교육과 신규 의사 배출의 차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정 갈등 발생 이후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전공의는 2532명으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전과 비교하면 18.7%에 불과하다. 예년에 2700~2900명가량 배출되던 신규 전문의도 올해는 509명에 그치며 예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대생들도 2년째 집단 휴학을 이어가거나 등록 후 수업 거부를 이어가면서 교육부 집계 결과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의 42.6%에 달하는 8305명이 유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내년도 의대 1학년에 24·25·26학번이 다 같이 겹쳐서 수업을 받는 이른바 ‘트리플링’ 현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해야 한다. 학사 시스템상 유급 및 제적이 처리되는 시점이 이달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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