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감법(외부감사법 개정안)의 아버지’로 불리는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11일 “감사인 자유 선임 때 지나치게 감사 비용을 낮추는 회계법인은 금융감독원에 특별 회계감리를 요청하는 등 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기적 지정제가 끝난 상장사를 대상으로 회계법인들이 수임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보수를 낮추면서 감사 제도 도입 취지가 왜곡되자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최 회장은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유 선임 과정에서 감사 보수를 30%씩 낮추는 법인들이 많은데 보수 덤핑이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공회장으로 취임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신외감법을 통해 도입한 제도다. 상장사가 6년 동안 자유롭게 외부 감사인을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 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 주기적 지정제가 끝난 상장사들이 늘어나자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보수를 낮추면서 감사 품질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회계법인들이 담합을 통해 감사 보수를 조정할 경우 공정거래 위반이 될 수 있다. 이에 최 회장은 “공정거래 이슈에 해당하지 않도록 정부 주도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위원회·금감원 등 당국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만큼 특별 회계감리 등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 보수 덤핑은) 회계 업계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부터 풀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은 남은 임기 중 중요 과제의 하나로 회계기본법 제정도 꼽았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영리기업과 공공기관·사립학교·의료기관 등 법인 형태별로 회계·공시 기준과 주무 부처, 감사 기준 등 제도가 제각각이다. 체계적인 회계 관리·감독을 위해 회계기본법을 제정하자는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된 사안이다. 그는 “국가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고 일관된 회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공통된 기준을 제시하자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사안이라 법 제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법 제정인 만큼 2~3년 동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1년간 가장 큰 난관으로 꼽혔던 서울시의회의 민간 위탁 회계감사 부실 논란을 일부 풀었다. 2022년 서울시의회가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에 대한 ‘회계감사’를 간이 수준인 ‘결산서 검사’로 바꾸는 조례안을 가결했는데 이를 대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서울시의회가 조례 개정안을 원상회복하면서 해결됐다. 다만 이를 본 다른 지방자치단체 의회들이 연달아 비슷한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사태가 끝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각 지자체가 조례안을 낼 때마다 직접 가서 설명하면서 법안 심의를 미루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위탁 사업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만큼 1~2년 이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인회계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정보 이용자인 투자자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만큼 신뢰받는 자본시장을 위한 역할이 중요하다”며 “회계 투명성이 떨어지면 지배구조가 개선돼도 밸류업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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