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지방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며 부동산업 대출이 1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부실 PF 사업장 정리와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대출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중 예금 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부동산업 대출금은 470조 978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2조 5000억 원 줄었다.
부동산업 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3년 1분기(-2000억 원)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며 감소 폭으로는 2011년 2분기(-3조 원) 이후 최대 규모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저축은행 중심의 PF 부실이 불거졌고 금융 당국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대출금이 줄어든 바 있다.
한은은 “지방 산업용 부동산 수요 부진과 금융 당국의 PF 구조조정 영향으로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이 진행되면서 대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부실 부동산 PF 가운데 52.7%에 해당하는 12조 6000억 원 규모를 상반기 중 정리하거나 재구조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지방 부동산 경기 악화, 수도권 외 지역에서의 준공 후 미분양 증가도 대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경기 불황으로 관련 대출도 줄었다. 1분기 말 건설업 대출액은 104조 289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3000억 원 감소했다. 건설 기성액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3개 분기 연속 줄었다.
반면 건설과 부동산업을 제외한 다른 업종들의 대출은 모두 증가했다. 제조업 대출 잔액은 491조 4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8조 원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의료용 제품(1조 7000억 원)을 비롯해 기타 기계·장비(5000억 원), 전자·컴퓨터·영상음향·통신(3000억 원) 등의 증가 폭이 두드려졌다.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1261조 5000억 원으로 7조 8000억 원 늘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도소매업(3조 9000억 원), 숙박·음식점업(1조 4000억 원)의 증가 폭이 컸다.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을 모두 합한 전산업 대출금은 1979조 5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7조 3000억 원 증가했다.
분기별 산업 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4분기(3조 3000억 원)의 약 5배로 확대됐으나 지난해 1분기(27조 원)에는 못 미친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수요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증가세는 둔화한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연말 재무 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상환했던 한도 대출이 연초에 다시 집행됐고 설 명절 자금 수요도 늘면서 운전 자금을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늘었다”며 “서비스업은 1분기가 비수기이기 때문에 부족한 자금을 대출로 충당한 계절적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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