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시력상실 부작용 위험에 직면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공식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9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EMA 산하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는 이달 6일(현지시간)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비만치료제)·오젬픽(당뇨치료제)·리벨서스(당뇨치료제)가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NAION은 녹내장 다음으로 실명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이다. 부작용 발생 빈도는 1만명 중 1명 수준이지만 심각한 경우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PRAC는 비임상 연구와 임상시험, 시판 후 추적조사, 의학 문헌 등 모든 관련 데이터를 종합 검토한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 35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오젬픽을 2년간 사용한 환자의 NAION 발병 위험이 다른 계열 약물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EMA는 해당 의약품 라벨에 NAION 발생 가능성을 표기하도록 권고했다. 앞서 국내외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치료제 사용 후 시력저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EMA가 작년 12월부터 관련 검토에 착수했다.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임상시험과 시판 후 연구에서 약물과 질환 간 밀접한 관련성을 입증하는 합리적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EMA 요청에 따라 라벨 정보에 관련 내용을 표기하겠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주 1회 투여 비만치료제로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사들의 체중감량 성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한다. 국내에는 2023년 4월 품목허가를 받아 같은 해 10월 출시됐으며 현재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를 위한 적응증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PRAC의 권고안은 EMA 산하 의약품사용자문위원회(CHMP)를 거쳐 정식 권고안으로 채택되며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통해 모든 EU 회원국에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국내 의료계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 처방 시 환자의 시력 변화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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