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 3종이 다운로드 50만 회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네이버가 AI 기업으로 체질 개선 중인 가운데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의 독점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 3B’는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 47만 9335회 다운로드됐다. 크기가 더 작은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 1.5B’와 ‘하이퍼클로바X 시드 0.5B’도 같은 기간 각각 2만 9539회, 9808회 다운로드됐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시드 모델 3종을 4월 23일 공개한 것을 감안하면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52만 회 가까이 다운로드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좋은 성능의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도록 허용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허깅페이스에 공개한 후 한 달 동안 다운로드 30만 회를 넘기면 성공한 AI 모델로 평가한다”며 “다른 AI 모델과는 달리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도 상업적 이용을 허용한 점이 많은 선택을 받은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다른 국내 기업들도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대부분 연구용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앞서 LG AI 연구원은 AI 모델 ‘엑사원’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상업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하다.
네이버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AI 모델이 초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현재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 구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목할 만한 AI’를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은 구글과 오픈AI다. 이어 중국 알리바바가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전체 순위에서 LG AI 연구원정도만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는 동시에 AI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 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고 현지 AI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한편 동남아·인도·스페인 등 해외 시장에서도 AI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네이버는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인 하이퍼클로바X 추론 모델을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에 접목하면서 AI 검색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전통 검색 엔진에서 AI 검색으로 전환되며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은 AI가 스스로 생각해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추론 모델을 검색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이 의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검색에 이어 AI 분야에서도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있는 힘을 다해 (AI 관련) 투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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