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지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금융정책을 보좌하게 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은 해시드오픈리서치에 있을 때도 수차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법적·제도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김 실장은 지난달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은행과 기술 기업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문제로 고민이 크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찍을 수 있는 법적 근거부터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같은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를 고정한 가상자산이다. 달러를 기반으로 한 테더(USDT)나 서클(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은행과 카드사 같은 전통 금융사를 우회해 지급결제가 가능하다. 김 실장은 지난달 28일 해시드 측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제도화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조속히 도입하고 그 구조를 우리가 직접 설계함으로써 통화 주권을 지킬 수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로 블록체인 기반의 참여 경제 질서를 수출하는 디지털 G2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지키느냐 아니면 통화 주권을 뺏기느냐의 싸움이라는 게 김 실장의 판단이다.
이 같은 생각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일치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상자산 업계의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등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가상자산 업계의 오랜 숙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친정으로 두고 있어 업무 조율도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김 실장은 관료로 재직할 때도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고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업계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날 당국의 1은행-1거래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은행-1거래소는 감독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에도 없는 것으로 규제·감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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