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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들, 꼬박꼬박 "좌파 이재명"…트럼프와 中외교 충돌할까 [글로벌 왓]

李 "중도보수" "진보 아냐" "시장주의" 주장에도

블룸버그 등 '좌파' '좌파성향' 수식어 계속 붙여

WSJ "가장 좌익적…권력 유지 햇볕정책 불가피"

워싱턴포스트 "中 문제 트럼프와 마찰 빚을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서방 주요 언론 상당수가 이재명 대통령 이름 앞에 꼬박꼬박 ‘좌파(Leftist)’ ‘좌파 성향(Left-leaning)’이라는 수식어를 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과감한 ‘우클릭’ 행보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이라는 선입견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대다수 외신이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 북한 관계를 크게 재설정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의식하면서 한미 관계를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블룸버그 등 미국·서방 매체, 기사에 ‘좌파’ ‘좌익성향’ 수식어 반복


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들 매체는 이 대통령 당선과 취임을 다룬 기사에 ‘좌(Left)’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과 내용을 상당수 사용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경우 4일(현지 시간) 한국의 대선 결과를 ‘한국의 거침 없는 좌파가 권력을 향한 길목에서 칼에 찔리고도 살아남았다(Outspoken South Korea Leftist Survived Stabbing on Path to Power)’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을 ‘집요한 좌파 성향의 이단아(The tenacious left-leaning maverick)’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또 같은 날 ‘한국의 거침 없는 좌파가 동아시아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Outspoken South Korea Leftist May Alter Balance in East Asia)’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이 대통령을 ‘좌파 성향의 전직 노동 운동가(A left-leaning former labor activist)’로 표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에도 한국 새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우려한 보도에서도 이 대통령 이름 앞에 좌파 성향의 전직 노동 운동가라는 수식어를 기사 첫 머리에 썼다.

이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심지어 모두 달랐다. 더욱이 전직 노동 운동가의 경우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한 이력이다. 이 매체는 선거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을 언급하는 기사 대다수에 꾸준히 좌파 성향(Left-leaning)이라는 수식어를 썼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대통령이 한미일 3자 관계를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거 미국에 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며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이 대통령의)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중국에 보다 균형 잡힌 접근법과 남북 대화 가능성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


‘미국엔 강경, 중국·북한엔 온건’ 우려 잇따라…국가 부채 확대 지적도


이 대통령에게 좌파 딱지를 붙인 미국 언론은 이뿐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3일 ‘한국의 좌파 성향 후보가 대선에서 이겼다(South Korean Left-Leaning Candidate Wins Presidential Election)’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으면서 이 대통령을 가리켜 ‘좌파 성향의 정치인(A left-leaning politician)’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또 같은 날 ‘한국이 대선에서 좌회전하다(South Korea Takes an Election Left Turn)’라는 제목의 논평에서도 이 대통령 이름 앞에 좌파(Leftist)라는 꾸밈말을 썼다. WSJ는 해당 기사에서 ‘좌익(Left-wing)’이라는 말도 2번이나 쓰면서 “이 대통령은 때때로 한국의 버니 샌더스라고 불리는데 그의 국내 의제는 가장 좌익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좌익 정부들은 전형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해 왔는데 여기에는 상업적 거래와 ‘인도주의적 원조’가 포함된다”며 “이는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챙겨야 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또 “‘햇볕정책’은 자국민에 대한 북한의 폭정이나 남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감을 완화하는 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과 모종의 핵 협상을 원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도 그런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통 창구를 역할을 하는 폭스뉴스도 ‘한국 대선이 왼쪽으로 뒤집혔다(South Korea flips left in presidential race)’는 제목으로 이 대통령 승리 사실을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한국 유권자들이 왼쪽으로 돌아섰다”면서도 이 대통령에게는 그나마 ‘진보적(Liberal)’이라는 꾸밈말을 붙였다. 폭스뉴스는 다만 “이 대통령의 출마는 한국과 미국, 중국, 북한과의 관계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이 대통령이 토론회 때 미국의 적대국들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묶여서는 안 되고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5일 ‘한국의 새 대통령 앞에 놓인 가시밭길(The thorny path for South Korea’s new presiden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좌익 민주당(The leftwing Democratic party)’이라고 표현하면서 “과거 이 대통령은 경제에 관해서는 ‘급진적 좌익 개혁가(A radical leftwing reformer)’를 표방했다”고 말했다. FT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4일 내세운 ‘실용주의적 시장 자유주의’에 대한 약속은 안심되지만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 확대 계획의 경우 급격히 증가한 국가 부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FT는 또 “한국의 좌파 대통령들은 전통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더 자유로우면서 중국과 북한에는 따뜻한 관계를 추구했다”며 “이 대통령은 취임 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중국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중앙 텔레비전(CCTV) 캡처


李대통령 ‘중도보수’ 표방과 배치…'실용적 시장주의' 이미지 정착 시간 더 필요


미국과 서방 매체들의 좌파 표현은 대선 기간 이 대통령이 보인 선거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이 대통령은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에도 꾸준히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며 중도층에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가리켜 “좌우의 구분이 없는 양파, 실력파, 실용파”라는 주장도 여러 차례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도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부각했다.

일각에서는 서방 세계에 아직 가시지 않은 이 대통령의 급진적인 이미지가 당장의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등에서 좌파라는 표현에 다소 부정적 어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신에서 이를 반복해서 쓸 경우 보수 진영인 공화당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적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인상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매체가 미국이 적대하는 중국, 북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온건 정책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실용적 면모가 국제 사회에 인식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4일 “이 대통령은 한국의 외교 정책을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진보주의자”라며 “특히 중국 문제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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