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지의 경제활동이 지난달 들어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투자와 지출에 대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연준은 4일(현지 시간) 공개한 6월 경기진단보고서(베이지북)에서 “이전(4월) 보고서 이후 경제활동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반적으로 경제 전망은 이전 보고서와 비교해 약간(slightly) 비관적이고 불확실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번 베이지북에 따르면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나눠 담당하는 12개의 권역 가운데 경제 활동이 소폭 증가한 곳은 3곳에 그친 반면 6곳은 경제 활동이 다소 감소했다. 3개 지역은 변화가 없었다.
이번 베이지북에서 관세에 대한 언급은 122차례나 등장했다. 이전 보고서 107회 보다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10월 베이지북에서 관세 언급이 51회 였고, 2기 행정부 초반인 3월 베이지북에서 관세 언급 횟수가 49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 주체들의 관세 우려는 이번 정부들어 급등하는 추세다. 불확실성과 관련된 표현도 직전 보고서에서 89회 언급된 데 이어 이번에도 80차례 등장했다. 연준은 “모든 지구에서 경제 및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기업과 가계가 의사결정을 주저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은 전반적으로 지난 보고서 수준의 활동을 보인 가운데 대부분의 구역에서는 고용이 정체됐다고 보고했다. 세 지역에서는 완만한 증가세를, 두 지역은 소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용이 지연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아직 해고가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연준은 진단했다.
소비자 지출은 대부분의 지구에서 소폭 감소하거나 변화가 없었다. 일부 지역은 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에 대한 지출이 오히려 늘었다고 보고했다. 관세 시행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 구매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는 이전 조사보다 상승했다. 특히 앞으로의 물가 전망과 관련 연준은 “비용과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조사 대상자들이 많았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비용이 강력하거나 상당하게 오를 것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특히 이같은 비용을 자체 흡수(이윤 감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해당 품목이나 전체 품목의 가격을 올리거나 임시 수수료 부과, 추가 요금 부과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전가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비용을 전가하겠고 답한 기업들은 3개월 내에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밝혀 7월 께 가격 인상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조사는 5월 23일 이전에 이뤄졌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은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 동향 관련 보고서로, 통상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한다. 연준은 이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이날 기준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4.25∼4.50%로 동결할 확률을 96%로 반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7일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큰 폭의 관세 인상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세 둔화, 실업률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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