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 공기 연장 등의 문제로 좌초된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을 두고 여야 대선후보 모두 조속한 개항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4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간신히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민간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현대건설 컨소시엄마저 정부의 공기 연장 반대로 이탈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업자를 찾고, 2029년 개항 시기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여야 대선후보들은 2029년 조기 개항을 약속하고 일부 후보들은 활주로 추가 건설 등까지 약속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공약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7일까지 발표된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2029년까지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약속했다. 더 나아가 김 후보는 활주로를 기존 1본에서 2본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기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개혁신당 후보는 활주로 2본 이상 건설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존 활주로 계획은 유지하되 2029년 조기개항을 공약했다.
문제는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기를 84개월에서 108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비도 정부가 설정한 10조 5000억 원보다 1조 원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수의계약 지정 대상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제외하는 조치를 했다. 유일한 민간사업 참여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연장을 주장하다 수의계약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2029년 조기개항을 위해 공기를 맞출 수 있는 건설사는 전무한 셈이다. 국토부는 기존 조건대로 재입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입찰에 건설사가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이같은 현실적 걸림돌에 대해 후보들은 별다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 국민의힘 후보는 13일 자갈치 시장을 찾아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해내겠다”고만 밝혔다. 이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도가 “가덕도 신공항이 여러 논란들이 있지만 오로지 경제적 요인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정치적 요인들도 있기 때문에 보완하면서 진행하겠다”고 그나마 정책적 보완 계획을 밝혔지만 공기 연장, 공사비 인상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알맹이 없는 공약에 경상남도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029년까지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시설을 어떤 규모로 어떤 방법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제시가 있어야 한다”며 “임시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은 안된다”고 질타했다. 부산의 시민단체들도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위해선 수많은 나관들이 존해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덕도 신공항은 지난 대선부터 부산·경남(PK) 지역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대표적인 지역 공약으로 사용돼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2029년까지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임기 동안 사업자 선정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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