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마에서 페루 정부가 주최한 두 건의 의미 있는 국제 행사가 있었다. 첫째는 4월 초 미주개발은행(IDB)과 공동으로 주최한 ‘미주 민관 합작 투자 행사(PPP Americas)’다. 페루 정부는 행사를 통해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국가적 의지를 천명했다. 페루 재경부 장관은 도로·지하철·항만·공항·관개시설 등 국가 인프라 건설 장기 계획과 내년까지 추진 예정인 700억 달러 규모의 PPP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발표를 마치고 내려오던 장관은 행사장 앞줄의 필자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잡으며 당장 한국 대표단과 기업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예정에 없던 면담이 현장에서 성사된 덕에 우리 수출입은행 대표단과 협력 방안을 협의할 수 있었다.
이미 우리 건설사들은 세계적 문화유산 마추픽추의 관문인 친체로 국제공항 건설, 인구 1000만 도시인 리마의 지하철 2호선 감리, 주요 도시 상하수도 건설 등 페루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재경부 장관은 페루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 진출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어 페루 재경부 차관은 4월 말 우리 진출 기업들을 별도로 초청해 PPP 협의회를 개최하고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바란다는 희망을 전달했다.
두 번째는 2년마다 페루 육군 사령부에서 개최되는 ‘국제 국방 및 재난 방지 기술 전시회(SITDEF)’였다. 페루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 국방장관, 육해공군 고위 장성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19개국 150여 개의 방산 기업들이 참여해 치열한 홍보와 교섭을 펼쳤다. 이번 전시회의 주역은 단연코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10개 기업들과 함께한 한국이었다. 참석국 중 유일하게 정부 대표단과 대사관·KOTRA·기업들이 원팀을 구성해 페루 국방부와 방산 협력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페루 총리와 국방장관·육군사령관 일행은 K877 차륜형 지휘소용 차량과 K2 주력 전차 실물이 전시된 현대로템 부스를 방문해 페루 육군 전력화 사업에 대해 협의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페루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래 방산 분야 협력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국가 주권과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방산 협력은 상호 최고 신뢰 관계하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한국 기업들과 페루 해군·육군 간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이 체결됐다. 그 첫 단계 사업이 해군 함정 4척 공동 건조와 K808 차륜형 장갑차 30대 수출 계약이었다. 이번 페루 방산 전시회에서는 잠수함 공동 개발 합의서 체결과 K2 주력 전차 공동 생산 협의까지 진전됐다. 페루 국방장관은 우리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단기간 내 방산 강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배우고 한국의 방위산업 육성 시스템을 페루에 도입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2년간 주페루대사로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우리에 대한 페루의 신뢰와 협력 의지는 나날이 새롭고 강력해지고 있다. 페루가 보내는 열렬한 러브콜을 양국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소명감이 깊어진다. 페루 국가 인프라 강화를 위한 우리 진출 확대, 방산 및 관련 산업 발전 협력 등을 통해 양국이 진정한 상생의 파트너로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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