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기후변화와 새정부 100일

송종호 정치부 차장





때 이른 더위에 5월인데도 민소매를 입고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움직이는 인파로 서울 명동이 붐비고 있다. 거리 양편에는 노점들이 하나둘 저녁 장사 채비에 나서는데 개시도 전에 상인들은 더위에 지쳐 보인다. 5월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뛰어넘은 폭염은 한여름으로 갈수록 더욱 뜨거워질 것이고 그 못지않은 폭우는 지친 몸을 눕히는 반지하방 어느 곳에 넘쳐흐를 것이다.

가정이 아니다. 지난 3년이 그랬다. 2022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집에 갇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2023년 갑작스러운 폭우로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반지하를 없애겠다. 침수경보시설을 확대하겠다’던 정치권의 구호는 그때 뿐이었고 기후변화의 근본적 처방은 없었다. 서울시가 앞장서서 ‘반지하 주택을 퇴출시키겠다’며 반지하 주택 매입을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예산은 반 토막이 났고 진척 없이 올해도 여름은 왔다. 폭우를 피하면 어김없이 폭염이 왔다. 2024년 온열 질환자는 전년 대비 31.4% 폭증했다. 기후변화로 오는 위기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다음 달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굵직한 과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대선 후보마다 장담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관련 공약만 봐도 어떤 후보는 대놓고 RE100(재생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하고 다른 후보는 재난 대응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나마 공약에 반영한 다른 후보마저 실행 가능한 로드맵은 부실한 형편이다.

새 정부 100일의 성패가 쏟아지는 빗줄기와 폭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하다. 빗물이 넘치면 후보들이 장담하는 과제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기후는 취임 100일 뒤 다가오는 추석 물가부터 인질로 잡기 시작할 것이다. 후보들이 자신하는 산업·에너지·외교정책까지 기후와 떼려야 뗄 수 없다. 2022년 반지하방 일가족 참극은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채 되지 않아 벌어졌다. 반면교사가 멀리 있지 않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