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국내 9개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등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비용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로, 한국GM 내부에서는 한국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GM은 “철수 절차가 아니라 수익성 증대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서울·동서울·인천·대전·원주·전주·광주·창원·부산 등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GM은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고용은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등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도 매각할 계획이다.
한국GM 내부에서는 사실상 철수 절차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생산량 9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관세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철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계속해서 부인할 수 있다"면서 “신차를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온데간데 없어진 상황에 철수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GM 입장은 다르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유휴 자산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센터 운영 합리화는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자산 매각이 한국GM이 철수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오히려 국내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도 “철수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G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3573억 원으로, 미국 관세 부과로 수익성이 감소하더라도 철수를 고려해야하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GM의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한국GM의 미국 시장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한국GM이 판매한 차량 49만 9559대 가운데 대미 수출분이 41만 8782대다. 전체 해외 판매(47만 4735대) 기준으로 보면 미국 비중이 88.2%다. 특히 한국GM의 수출 주력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로 가격에 민감하다.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사업계획 조정으로 투자나 해외사업을 중단한 사례가 많다는 점도 불안함을 가중시킨다. 전기차 캐즘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랜싱에 설립 중이었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 예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한국GM의 군산공장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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