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철폐’를 얻어내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희토류 경제안보 협력부터 대규모 방위 장비 구매,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에 이르기까지 꺼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하며 미국을 설득하고 나섰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일 4차 관세 협상을 하루 앞둔 2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5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경제안보 분야 협력 구상을 직접 전달했다. 일본이 새롭게 꺼낸 카드는 ‘희토류를 중심으로 한 경제안보 협력’이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장악한 희토류는 전기차와 첨단기술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의 수출 규제로 미국 내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 반도체, 조선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마련했다. 핵심 광물 분야에서는 일본이 보유한 가공·제련 기술을 미국에 지원하고, 기술력을 갖춘 제3국에서의 제련 협력도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으로부터 향후 수년간 수십조원 규모의 방위 장비를 구매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은 미국 엔비디아를 염두에 두고 수십억 달러(최대 10조원) 규모의 반도체를 수입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연평균 약 2조원 규모인 주일미군 주둔비용 부담액을 수백억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그간 일본은 “관세 협상과 안보 문제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시바 총리도 관련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대일 무역적자에 불만을 제기하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기존 입장을 수정하는 한편 주일미군 주둔비·반도체 대량 구매 등 카드를 잇따라 꺼내 놓는 배경은 일본 경제의 중추인 ‘자동차 산업’이 미국발 관세로 휘청일 위기에 처해서다. 대미 수출에서 30% 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는 이번 협상에서 일본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전략 분야로 꼽힌다. 미국이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면 일본 자동차 업계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일본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일본은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자동차 관세가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합의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