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을 앓는 환자는 새로운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수십 배에 달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민주홍 교수와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는 권순욱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와 함께 다발성 경화증 및 시신경 척수염 질환 환자의 자가면역질환 발병 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자가면역질환은 신체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은 시신경·뇌·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한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 어디에도 발생할 수 있다. 시각장애, 한쪽 감각 및 운동 장애, 어지럼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시신경 척수염은 뇌보다는 시신경과 척수에 흔히 발병하며 시력손실, 하지마비 증상이 주로 발생한다.
연구팀은 2010∼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다발성 경화증 환자 1987명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 질환 환자 2071명을 선별해 등록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추적 관찰을 시작한 지 평균 4.5년, 시신경 척수염 범주 질환 환자는 평균 4.3년 이내에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새롭게 진단받았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베체트병을 진단받을 위험이 17.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는 전신 홍반 루푸스를 앓을 위험이 30.8배 높았고, 쇼그렌 증후군을 앓을 위험은 82.6배까지 뛰었다.
이번 연구는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을 앓는 한국인 환자에서 다른 자가면역질환의 발생 위험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특히 베체트병은 한국을 포함한 실크로드 지역에서 흔히 발생한다. 학계에서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서 베체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 배경으로 비타민D 결핍, 흡연과 같은 공통 위험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가 쇼그렌 증후군이나 전신 홍반 루푸스를 함께 앓는 경우 입원 기간이 더 길고, 발작이나 하지 마비 등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도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자가면역질환들의 공통적인 면역기전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상적으로 체내 면역을 조절하는 T세포 대신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Th1 세포가 활성화되고, 염증 유발 물질인 인터루킨17이 분비되는 면역 불균형이 나타나면서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을 진단받은 후에도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발병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환자를 진료할 때 관련 질환이 함께 발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메이요 클리닉 회보'(Mayo Clinic Proceeding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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