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주자들이 금융사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시장원리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은행권의 영업 행태를 뜯어고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사들은 과도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내놓은 공약집에서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 설계 시 평가항목의 과도한 세분화 및 수익성 편중 문제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KPI가 상품 판매 실적에 좌우되다 보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한다는 게 민주당의 문제의식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사 역시 민간 기업인데 KPI까지 관여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가 많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금융사의 KPI를 놓고 세부적으로 지침을 내리는 것은 시장 원칙을 훼손하는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분쟁 조정 절차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점도 금융계의 우려를 키우는 지점이다. 현재 금융 당국은 분쟁을 접수하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중재안을 마련한다. 분쟁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라도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 후보는 이를 바꿔 소액 분쟁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금융사가 반드시 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액 분쟁이 많은 보험 업계나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도 분쟁 시 권고를 하는데 이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다퉈볼 만한 조정안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 금융 민원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산정 체계를 손보거나 수수료 자체를 없애는 등 가격 개입 형태의 대선 공약들도 도마에 오른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소상공인 기업 한도 대출에 대해서는 각종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가산금리 산정 시 각종 출연금 등의 법적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금융사들이 약탈적 영업 행태를 보이는 점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금융사의 자율적 영업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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