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 따른 관세 완화 기대에도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낙관적 가정에서도 성장률은 1%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월 전망치(1.5%)보다 0.7%포인트 낮아진 0.8%로 제시됐다. 경제심리 회복 지연,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가 장기 부진에 빠진 데다 미국의 통상정책 강화로 수출 불확실성도 확대된 점이 주요 배경이다.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5월(2.1%),11월(1.9%),올해 2월(1.5%) 등으로 지속해서 낮춰왔는데, 0.7%포인트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8월(1.1%포인트 하향)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망치 조정 배경에 대해 “건설경기 침체 심화로 건설투자 감소 폭이 커지면서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민간소비의 2분기 회복세도 더뎌 성장률을 0.15%포인트 낮췄고, 수출에선 미국 관세율 상승 영향으로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성장 전망에서는 순수출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0’으로 나타났다. 관세 완화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현실화돼도 성장률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워 내수 중심의 회복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한은은 대안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낙관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하고 연말까지 상호·품목별 관세율을 대폭 인하할 경우 성장률은 기본전망 대비 +0.1%포인트(0.9%)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에는 이 효과가 더 크게 반영돼 성장률이 +0.2%포인트 높은 1.8%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번 낙관 시나리오에는 미국 법원의 상호관세 제동과 같은 법률적 변수가 반영되지 않아 한은의 전망 전제에는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한은은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고 유예된 상호관세가 일부 복원될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0.1%포인트 더 낮아진 0.7%, 내년은 0.4%포인트 더 하락한 1.2%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내놓았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미중 관세 유예 등으로 일시적으로 무역 긴장이 완화된 측면은 있으나 미국의 관세정책 방향성과 협상 불확실성은 여전히 성장 경로에 가장 큰 리스크”라며 “국내 회복세도 정책 효과와 글로벌 여건 변화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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