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 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석유 발전소는 문을 닫습니다”
29일 사우디 최대 민간발전사인 ACWA의 모타나 알 오다입(Mothana Al Odhaib) 사업개발처장이 산업통상자원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비전2030’에 따른 에너지 믹스 전환 계획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땅만 파면 나오는 석유가 나온다는 ‘오일 머니’의 대명사 사우디가 전기를 만드는 데 석유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좇아 온실 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유 발전소를 빠르게 시장에서 축출하고 빈자리에 신재생에너지와 첨단 가스복합 발전소를 채워 넣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가 현재 전력 공급의 절반 가까이 담당하는 석유 발전을 수년 내 완전 폐쇄하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사우디의 석유 발전 설비 용량은 49.6GW로 1.4GW 대형 원전 35개분에 달하기 때문이다. 해당 설비에 더해 미래 추가 수요를 감당할 설비까지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우디 정부의 확고한 의지 덕이다. 앞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16년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경제 기반 개발 프로그램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석유 발전소 중심의 화력발전원은 향후 수소발전 설비로 전환할 수 있는 가스복합 발전소로 교체하겠다는 내용이 채택됐다. 왕실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사우디 정부는 매년 수 기가와트의 발전소 신설 물량을 입찰 시장에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CWA는 사우디가 전력 설비를 급속도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시르 모하메드(Yasir Mahmoud) ACWA 부사장은 “한국의 산업·투자·장비는 사우디 발전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전력공사는 ACWA 최적의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모타나 처장 역시 “최근 한전이 수주한 루마-나이리야 가스복합발전소만 해도 최신 기술을 활용해야 할 뿐 아니라 3~4년간 건설한 뒤 25년 이상 운영해야 한다”며 “자금조달·건설·운영 모든 분야에서 풍부한 수행 경험을 축적한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5년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이후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신설 사업까지 완수하는 등 풍부한 해외 사업 경험을 축적한 한전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사우디로서도 윈윈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한전이 해외 수주를 추진할 때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한다는 점도 팀 코리아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타나 처장은 한국이 대표 수주하지 않은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의 장비와 기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타나 처장은 “가스복합발전소를 짓는 ‘타이바-카심 프로젝트’의 경우 한전과의 협업은 없었지만 핵심 설비인 배열회수보일러(HRSG)는 한국 기업에서 조달한다”며 “스팀 터빈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모타나 처장은 태양광·풍력발전·에너지저장장치(BESS)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이미 다양한 한국 기업이 사우디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파트너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CWA는 사우디 외에도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에서 발전·해수담수화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사우디에서는 수요 전력의 15%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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