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1대 대선 마지막 TV토론에서 언급한 여성 혐오적 발언으로 정치권과 각종 시민·여성 단체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해당 발언이 당초 실체가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27일 진행된 TV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향해 여성의 신체 부위에 특정 행위를 하는 것을 언급하며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 여성 혐오인가”라고 질문했다.
이 발언은 과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특정 연예인을 거론하면서 쓴 글이라고 알려진 댓글을 인용한 것으로, 지난 2021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주장이 그 시초다.
원색적인 질문에 당황한 권영국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준석 후보는 재차 “민주노동당은 이런 성폭력적 발언에 대해서 기준이 없나”고 질문했다. 권 후보는 “묻는 취지는 잘 모르겠는데, (성폭력적 발언에 대한)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토론이 끝난 직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이 원본 댓글과 다르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해당 발언의 원본은 ‘남성의 신체 부위에 특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언급한 반면, 이준석 후보는 이를 ‘여성의 신체 부위’로 바꿔 언급한 것이다.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댓글이 실제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작성한 것인지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댓글은 특정 연예인이 거론된 글보다 두 달가량 빨리 작성됐는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 글에 해당 댓글이 달린 것처럼 편집된 사진이 확산했다. 이재명 후보가 과거 아들의 논란을 사과한 사실만을 두고 해당 댓글 작성자가 이재명 후보의 아들임을 후보자 본인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당시 이재명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 사실로 고개를 숙였다.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이날 SNS를 통해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정치 수준을 이렇게까지 떨어뜨릴 줄은 몰랐다”며 “무려 대선 토론장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인지 사실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를 자기 멋대로 비틀고, 심지어 권영국 후보를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가장 황당한 대목은 그 지라시 출처가 바로 ‘가세연’이라는 사실”이라며 “이준석 본인 ‘성상납 리스크’가 터졌을 때 뭐라고 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무슨 유튜브 보는지 알겠다’면서 가세연 출처 탓하고 도망치지 않았나. 그런 자가 대선 토론장에 ‘가세연발 지라시’를 들고 나온 거다. 그 순간부터 이준석은 ‘출처’ 핑계대며 본인의 ‘성상납 리스크’를 외면할 수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이준석 후보는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제 입장에서는 실제 있었던 발언에 대해 굉장히 순화를 해서 질문을 드린 것”이라며 “솔직히 그 표현을 어떻게 더 순화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그걸 왜 권영국 후보에게 물어보셨냐’는 질문에 “지난 토론에서 저에 대해 여성 혐오나 갈라치기, 장애인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물어보신 분이 권영국 후보님”이라며 “그에 대한 기준이 명쾌하신 것 같아서 (그 대상으로 골랐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권영국 후보를 선택한 건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있는 발언 하나를 소개하면서 거기에 대해서 민노당의 기준을 물어본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를 들은 MC가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발언이었다는 말씀이냐’고 재차 묻자 이준석 후보는 “당연히 그 발언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다른 당사자가 있기는 하지만 저는 제3자이면서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서 항상 강하게 발언해 오신 민노당 쪽에서 냉정하게 제3자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자신이 인용한 발언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준석 후보를 형법상 여성 모욕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로 고발하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역시 이 후보를 정보통신망법 44조 위반, 아동복지법 17조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2000명이 넘는 시민이 단체 고발인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SNS를 통해 “정치적인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무고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낸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유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27일) 발언에 대해 불편한 국민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며 “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런 언행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봤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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