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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소년이 된 외환당국 [기자의 눈]

경제부 김혜란 기자





환율은 정책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수다.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 스티븐 므누신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 “약달러가 미국에 좋다”고 언급하자 달러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강달러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 하나에 글로벌 외환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7년이 지난 현재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약달러 전략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 스티븐 미런이 “강달러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미 행정부의 약달러 기조가 시장에 ‘공식 입장’처럼 굳어진 탓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 관계자가 밀라노에서 미국 측과 환율 문제를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에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정부가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실제로 지난주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주요 통화 중 두 번째로 큰 폭으로 절상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호한 태도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전략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환율 수준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이 대통령과 경제 사령탑 모두 공석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외환 당국은 작은 메시지 하나까지도 더욱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때로는 침묵도 강력한 메시지가 돼 시장을 흔들 수 있다.

물론 환율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이다. 기업은 환율 수준보다 환율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수출과 투자 계획을 세운다. 당국이 시장의 변동성을 통제하지 못하면 불안은 외환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실수가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정부가 ‘양치기소년’이 되는 순간 시장은 그 어떤 경고에도 더는 반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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