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미래 산업에서 혁신을 끌어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제로원 3호 펀드 결성 총회를 열었다. 총회에는 노규승 현대차그룹 제로원실 실장, 강덕범 현대차증권(001500) IB본부장 등 그룹사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제로원은 창의 인재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현대차그룹이 2018년 시작한 신개념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제로원 3호 펀드는 총 1250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 현대차와 기아(000270)가 각 400억 원, 현대차증권이 100억 원을 출자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글로비스(086280)·현대위아(011210)·현대로템(064350)·현대오토에버(307950)·현대비앤지스틸(004560)·현대캐피탈 등 7개 그룹 관계사도 각각 출자해 투자자로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은 3호 펀드를 통해 한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권역을 중심으로 AI와 로봇·수소·사이버보안 등 미래 신사업·기술을 탐지하고 초기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또 이미 투자한 초기 스타트업과 그룹 관계사 간 다양한 전략적 협업 사례를 발굴하고 미래 혁신 기술의 내재화를 도모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00억 원 규모의 1호 펀드, 2021년 805억 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하고 총 105개 사에 투자, 200여 건의 그룹 협업 사례를 창출한 바 있다. 제로원 펀드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일부는 시장 가치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했다.
클로봇은 지난해 10월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17년 창업한 클로봇은 자율주행 로봇과 로봇 관제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 다수 기업에 공급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갖춘 오픈엣지테크놀로지도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노 실장은 “AI·로보틱스·에너지 등 혁신 기술 분야 스타트업과 협력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미래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제로원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 투자 유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로원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부스를 마련하고 투자 협업 중인 10개 스타트업의 기술을 알렸다. 제로원은 올해로 3년째 CES에 참가했다.
제로원 부스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딥인사이트(인공지능 기반 3D센싱 카메라 모듈화 솔루션) △나니아랩스(3D 엔지니어링 데이터 및 AI 솔루션) △캡처6(탄소직접포집기술) △테솔로(다관절 로봇 그리퍼) △스마트 타이어 컴퍼니(형상기억합금 기반 비공압 타이어) △쿱 테크놀로지스(자율주행차량, 로봇 및 자동화 위험 보험 기술) 등이다.
지난 3월에는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솔라스틱, 로아이(ROAI), HVS, 플렉스온 등 4곳이 분사했다. 솔라스틱은 차량 및 건물 지붕용 태양광 모듈을 제조한다. 플라스틱을 활용해 태양광 모듈의 원가와 중량을 줄이고 플라스틱 성형 공법으로 원하는 디자인으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한다.
ROAI는 AI 기반 로봇 제어 기술을 통해 제조 현장의 수백 대 산업용 로봇팔을 동시에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로봇 플래닝 설루션을 공급한다. HVS는 램프와 배터리 운송 과정에서 습기를 방지해 주는 흡습 부품을 생산·공급한다.
플렉스온은 자동차 타이어의 균형을 맞추는 부품인 ‘휠 밸런스 웨이트’를 기존의 소재가 아닌 친환경 복합소재로 대체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폭발 및 열확산 방지에 효과적인 배터리 방폭·방열 패드를 제조하는 데 강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사내 스타트업 육성 제도 ‘벤처플라자’를 시작으로 2021년 ‘제로원 컴퍼니 빌더’라는 이름으로 임직원 대상 사내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로 채택된 스타트업은 최대 3억 원의 개발 비용을 지원받아 1년간 사업화 기간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분사 또는 사내 사업화 여부를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분사한 스타트업에 1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에 참여한다. 이후 협업 확대 여부에 따라 추가 투자를 판단한다. 분사 후 3년 내 재입사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03년 첫 분사 사례 이후 20여 년간 총 40개의 유망 스타트업이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해 새 도전에 나섰다”며 “임직원들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며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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