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329180)이 일본 최대 해운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와 3조 6000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공급계약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중국 점유율이 86.6%에 달할 만큼 중국 조선사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올해 프랑스와 그리스·대만에 이어 일본까지 한국 조선소로 돌아오면서 컨테이너선 시장의 왕좌를 탈환할지 주목된다.
23일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ONE으로부터 1만 60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 컨테이너선을 최대 12척 수주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8척은 확정 물량이고 4척은 옵션으로 포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선가는 척당 2억 2000만 달러(약 3035억 원)로 수주 규모는 12척 기준 26억 4000만 달러(약 3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프랑스 선사 CMA-CGM으로부터 컨테이너선 12척(3조 7160억 원)을 한꺼번에 수주한 올 1월 이후 단일 선사 기준 최대 규모다.
글로벌 선사들은 환경 규제 강화에 LNG와 메탄올 DF 추진선 발주를 서두르고 있다. 환경 규제에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견제를 강화하자 친환경 선박 제조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선사들이 값싼 중국산 선박을 주문해왔지만 결함 등 문제가 생기자 다시 한국 조선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 선사가 한국 조선사에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것은 2023년 이후 처음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일본 1위이자 세계 6위인 ONE은 그간 한국·중국 조선사 모두에 선박을 발주해왔지만 발주 잔액 내 중국 비중이 58%에 달할 만큼 중국에 기울어져 있었다. 일본 선사가 한국에 컨테이너선을 맡긴 것은 ONE이 2022~2023년 HD현대중공업에 1만 3800TEU급 메탄올 DF 컨테이너선 10척을 주문한 것이 마지막으로 2024년 이후 국내 조선사는 단 한 번도 일본 컨테이너선을 수주하지 못했다.
국내 조선사가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LNG 운반선에 이어 컨테이너선 수주도 늘리면서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기세는 더 높아지고 있다. 국내 조선 업계의 컨테이너선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11%에 그쳤지만 올 1분기에는 29.7%까지 올랐다. 86.6%였던 중국은 58.1%로 떨어졌다.
한화오션(042660)도 최근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1조 8000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대만 해운사 양밍이 발주하는 2조 3000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수주를 따낼 가능성도 크다.
조선업 재건을 추진하는 미국이 향후 10년간 대규모 상선 수주를 지속하는 점도 국내 조선사들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는 2035년까지 미국에서 250척가량을 건조해 전략 상선단을 구성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는데 2030년까지는 한국 등에서 건조한 선박도 인정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미국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 능력이 연간 10척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내 조선사들에 수주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컨테이너선 계약이 체결되면 HD한국조선해양 산하의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010620)·HD현대삼호)의 올해 상선 신규 수주 규모는 12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벌써 연간 목표액(146억 달러, 약 20조1500억 원)의 62%를 채운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유럽 소재 선사와 1만 8000톤급 LNG 벙커링선 2척 건조 계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주액은 2706억 원으로 HD현대미포가 건조해 2027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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