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허리 통증이 있지만 위험하다고 인지하진 않잖아요. 보호자께서 환자 분을 살리는 데 8할 이상 기여하신 겁니다.”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강민수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보호자의 관심과 빠른 판단 덕분에 뼈 전이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뼈 전이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도 잡아내기 쉽지 않아 환자의 증상이 최우선이다. 이에 환자 가까이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보호자의 역할이 의료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강 교수가 생명의 은인이라는 A씨 부부에게는 “저를 전적으로 믿고 따라주셔서 한 팀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도리어 감사를 표했다.
빌로이는 작년 9월 HER2 음성, 클라우딘18.2 양성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환자의 1차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클라우딘18.2 발현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수적인 동반진단 검사가 신의료기술 논란에 휩싸이면서 올 3월에야 처방이 가능해졌다. 강 교수는 “전이성 위암에서 클라우딘18.2 발현율이 30~40%가량 된다”며 “1년 전만 해도 표적치료제가 없었을텐데 치료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상현장에서는 클라우딘18.2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처음 등장한 데 대해 기대감이 크다. 강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3상 임상에서 옥살리플라틴, 류코보린, 플루오로우라실 등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빌로이를 병용 투여한 위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종양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채 생존한 기간)은 10.61개월로 위약군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이 약 25% 감소했다.
하지만 클라우딘18.2 표적이 확인된 위암 환자라도 임상시험 종료로 약을 무상 공급받을 길이 막힌 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선뜻 약을 써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으로 이달부터 옥살리플라틴 등 병용약물의 건보 적용이 유지돼 환자 부담금이 70만 원가량 줄었지만 빌로이 가격만으로 부담이 크다. 병원마다 약값이 조금씩 다르지만 제약사의 약제비 지원프로그램으로 환급받는다고 해도 3주마다 30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A씨와 같이 극적인 치료 효과를 누리는 사례를 지켜봐 온 임상의사 입장에선 애가 탄다. 강 교수는 “표적항암제는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에게만 투여하기 때문에 세금낭비가 아니다”며 “하루빨리 건보가 적용돼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고 일상을 되찾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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