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탁은행들로 구성된 신탁협회가 소액으로 개별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창설을 추진한다. 투자자가 유가증권을 ‘1만 분의 1주’ 등의 단위로 거래하도록 자금 문턱을 낮춰 젊은 세대와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탁협회는 신탁은행이 주식을 분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일명 ‘마이크로 주식’ 제도 도입을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 등에 제안할 예정이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을 중심으로 한 회원사들은 해외 주식을 국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일본예탁증권(JDR)’ 제도를 참고해 새로운 거래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핵심은 신탁은행이 상장사로부터 받은 주식을 신탁 형태로 보관하고, 이를 1만 분의 1주 같은 극소 단위로 분할해 새로운 유가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다. 배당금도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분할해서 받을 수 있고, 매매도 가능한 구조를 상정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이 도입되면, 현재 최소 수십만 엔이 필요한 개별 기업 주식 투자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진다. 통상 ‘100주 단위’로 수십만 엔이 필요했던 개별 기업 주식 투자를 1, 2주씩 극소 단위로 수백 엔부터도 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은 분할된 주식에 따라 배당도 받을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신탁협회는 향후 주주 우대 혜택도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하는 방식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일본의 주식 거래는 보통 100주 단위로 이뤄져 왔다. 주식 1주가 1000엔일지라도 100주 단위로 거래를 해야 해 투자자는 최소 10만 엔을 필요로 했다. 이 기준보다 적은 수량의 주식은 ‘단위 미만 주식(단원 미만주)’으로 간주돼 의결권 행사 등이 제한되는 등 개인 투자자의 소액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가 많았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도 개인 투자자 확대를 위해 최소 투자 금액을 낮추도록 상장사들에 요청하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서류 발송 등 행정 부담과 비용 문제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신탁협회는 마이크로 단위의 소액 투자 수요에 대응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이번 제도를 제안하고 나섰다.
일본 가계의 주식 보유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가계의 주식 보유 비율은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연령대로 보면 40세 미만 투자자는 전체 개인 주주의 약 15%, 투자금액 기준으로는 4%에 그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1달러, 1유로 단위의 소액 주식 거래 서비스가 널리 퍼져 있으며, 일본도 1주 단위의 거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단위 미만 주식’이라는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다만 마이크로 주식 시장 창설을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과 세제상 조치, 거래소 상장 규칙 개정 등이 필요하다. 상장 기업의 동의도 필요한 부분이라 실현 과정에서 난항도 예상된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신탁협회는 이 제도가 젊은층의 주식 거래 저변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도쿄증권거래소 등과 협의를 통해 제도 실현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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