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2.0%에서 1.0%로 낮췄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과 올 7월 초 수정된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기존 전망치 1.5%와 1.8%에서 큰 폭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치는 더 낮은 수준으로, 대체로 0.5~1.0% 사이에 분포해 있다.
지난해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3%의 고성장을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년 동안 양적으로 증가하지 못했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GDP 역성장을 ‘경기 침체’로 평가한다. 소폭의 성장과 역성장을 반복하면서 이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지만 사실상 경기 침체가 진행 중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현재의 경기 부진은 대외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확대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낮은 상황에서 내수가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의 장기화는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정부의 재정 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민간 소비 증가세가 둔화했고 기업의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한국 경제의 탄력을 보여주는 설비 투자도 소폭의 증가에 그쳤고 건설 투자는 과거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펜데믹 당시보다 급감했다.
대선 이후 재정 정책은 신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추진 등 이전보다 확장적인 기조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때 재정 정책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재정승수가 낮은 전 국민 지원금과 같은 단발성 소비 진작책보단 꼭 필요한 분야에만 적절한 규모로 표적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기준금리 또한 경기 회복을 위해 중립 금리 추정치보다 일정 수준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과거처럼 극단적인 저금리로 회귀한다면 수도권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 문제 등에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더 높다.
다행히 최악의 국면은 지금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적 혼란은 해소될 것이며 미국 관세 부과 강도도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민간 소비는 소비 심리 개선, 정부 지출은 추경 집행으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성 요인까지 겹쳐 크게 부진했던 건설 부문도 금리 인하와 수주 증가 등으로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 경제의 구조는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수습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활용하되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며 주력 산업의 경쟁력과 가계의 소득 기반 강화, 수도권 집중 및 인구 문제 해결 등 구조적인 개선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