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나들이 하기에 좋은 날씨다. 활짝 피어나는 꽃들 사이를 걷다 보면 ‘육아 노동’에 지쳤던 부모들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알록달록한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과일맛 음료수나 츄러스 같은 간식을 입안 가득 베어 문 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 속에서도 문득 "충치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에 비해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치아 유기질 함량이 많아 충치가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영유아기의 유치는 영구치에 비해 충치 발생 시 진행 속도가 2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강검진 중에 충치나 질환이 발견되면 늦기 전에 필요한 치료를 조기에 시행하고 치료 후에는 불소 도포 등의 방법으로 치아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교육부가 올해 초 공개한 ‘2024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학생들의 충치율이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전국 초·중·고등학생 2만 9750명 중 구강검사 결과 충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학생의 비율은 18.70%로 2023년 17.27% 대비 1.43%포인트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중·고등학생들에 비해 충치율이 더 높았다. 질병관리청이 2021~2022년 실시한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에서도 영구치가 난 만 12세 아동 절반 이상이 충치를 경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감안해 다양한 치과 검진·치료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스케일링 치료가 가장 대표적이다. 성인 뿐만 아니라 영유아에서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까지 건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홍근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어 자녀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시기별로 받을 수 있는 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영유아 구강검진도 건보 지원을 받는다. 생후 18개월부터 65개월까지 영유아는 무료로 총 4회 구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영유아 구강검진은 1~4차까지 검진 시기가 정해져 있다. 1차는 18~29개월 사이에 실시하는데 주로 유치가 잘 나오고 있는지, 치아의 기능은 건강한 상태인지를 확인한다. 2차는 30~41개월, 3차는 42~53개월에 시행하며 유치의 상태가 적절한지 그리고 충치가 있는 지를 확인한다. 이와 함께 보호자는 자녀의 치아 관리 방법을 안내 받을 수 있다. 4차는 아이가 스스로 이를 닦기 시작하는 54~65개월에 이뤄진다. 아이가 올바른 칫솔질을 하고 있는지, 구강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치아 발육상태나 충치 유무 등을 확인하는 게 중심을 이룬다. 보호자들 또한 해당 시기에 맞는 자녀의 치아 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현 교수는 “영유아 구강검진이 2022년 6월부터는 3회에서 4회로 확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자녀의 구강건강을 위해 부모님들이 시기별로 검진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지원 항목은 흔히 레진 치료라고 불리는 ‘복합레진 치료’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의 영구치에 생긴 충치 치료다. 충치가 생긴 부위를 정교하게 제거하고 특수 접착법을 시행한 후 치아 색과 유사한 복합레진이라는 재료를 이용해 원래의 치아 형태로 복원하는 치료다. 영구치의 경우에만 복합레진 건보 적용이 가능하며,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영구치 복합레진 치료 시 하루에 최대 4개까지 지원된다. 치료해야 할 충치가 4개가 넘는다면 치료 후 다른 날 병원에 내원해 나머지 충치 치료를 받는 식으로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치아 홈 메우기로 불리는 ‘치면열구 실란트 치료’도 건보 지원을 받는다. 어금니 깊은 홈을 깨끗이 세척하고 특수한 접착법과 재료로 홈을 메워 코팅 처리를 한 것처럼 만드는 치료다. 충치 예방 효과가 크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까지 충치가 없는 영구치 어금니 4개에 대해 건보가 90% 적용된다. 현 교수는 "영유아, 청소년기의 구강질환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편안한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성장 발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성인보다 구강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