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7월 패키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과 같은 디지털 분야와 농산품 교역 문제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분야들부터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실무 협의를 이어간 뒤 대선이 끝난 직후 다시 만나 중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양자 협의와 별도로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는 통상 문제에 대한 미중 간 이견 속에서도 회원국 만장일치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통상 협의를 벌였다. APEC 통상장관회의가 제주에서 개최된 것을 계기로 그리어 대표가 방한하자 그동안 진행된 기술 협의 내용을 확인하고 향후 협상 일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양측은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안 장관은 “디지털 교역은 고정밀 지도 반출과 같은 사안이 포함되는 것”이라며 “원산지 문제는 미국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며 규격화된 협의의 틀을 마련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다음 주 중 실무단 중심으로 2차 기술 협의를 진행하는데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APEC 통상장관회의 참여국들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당초 미국과 중국이 관세 인상과 수출통제 등의 문제를 놓고 크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막판 양국이 한발씩 양보했다. 12일 제네바 합의 이후 형성되고 있는 양국 간 긴장 완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동 평화 순방에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기업 경영진과 만나 “모든 국가와 개별 관세 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3주 내에 새로운 관세를 정해 (해당 국가에)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을 받을 국가가 어디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한미 환율 협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6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원화 가치 상승)으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9원 내린 1389.6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8일(1386.4원) 이후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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