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이 올해 들어서만 레일솔루션(철도차량) 부문에서 3조 원 넘는 신규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다. 특히 이번 달 4250억 원 규모 전동차 사업을 따낸 대만과는 타이중·가오슝·타이베이·타오위안 등 벌써 시 4곳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에서 사업 수행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철도 시장에서 쌓은 누적 수주액은 지금껏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의 올해 1분기 기준 레일솔루션 부문 수주 잔액은 16조 8611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2년 7조 4600억 원 수준이던 수주 잔액은 잇단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힘입어 2년 만에 2배 넘게 불어났다. 레일솔루션 부문은 올해 1분기에만 3조 1291억 원 규모를 새롭게 수주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 4292억 원)과 비교하면 120%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로템은 15일 대만 타이중시 도시철도공정국에서 발주한 타이중 블루라인 전동차 공급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4249억 원이다. 라이다와 카메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한 무인 전동차를 납품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사업 수주에는 그간 현지에서 증명한 사업 수행 능력이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대만과 벌써 네 번째 전동차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인연이 깊다. 2018년 9291억 원 규모 대만 철도청 전동차 사업을 따낸 후 같은 해 타오위안시 정부가 발주한 그린라인 무인경전철 공급 사업에서 차량과 통신, 자동요금징수시스템 등 철도시스템(E&M) 설비를 턴키로 수주했다. 그린라인 무인 경전철은 타오위안시에서 처음 시행하는 도시철도 전동차다. 2029년 2단계 개통 후 도심을 가로질러 타오위안 국제공항과 연결된다.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고효율 원격 열차 종합 관리 시스템(TCMS)이 적용됐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 대만 타오위안 현지에 그린라인 무인경전철 80량 공급 사업의 초도 편성 납품을 완료했으며 2029년까지 나머지 물량도 공급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가오슝시의 도시철도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가오슝시 도시철도국이 발주한 2078억 원 규모의 레드라인 북부 연장선 턴키 사업으로 현대로템은 싱가포르 STEE와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따냈다. 이어 2022년에는 타이베이 메트로와 1560억 원 규모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이 같이 대만에서 잇따라 전동차 사업을 따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수주 건수가 없다.
한편 현대로템이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이 추진하고 있는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블루라인 트램 사업은 당초 중국 창춘궤도열차(CRRC)가 컨소시엄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계약이 전격 중단됐다. 이에 해당 컨소시엄에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는 현대로템이 유력 수주 후보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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