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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내리는데, 돈이 사라진다…이상기류 파고든 韓경제 [Pick코노미]

M2, 2023년 이후 1년11개월 만에 감소

종합병원처럼 구조적 취약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은행 대출 감소

소비자 지갑 얇아져 예적금 준 영향도

선심성 재정사업·해외 투자 증가도 지목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은행 관계자가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을 내보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무르익는 가운데, 시중에 풀린 돈이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감지됐다. 보통은 금리를 낮추면 시장에 돈이 넘치게 마련이지만, 한국 경제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가 응급실로 실려가기 직전의 중환자처럼, 몸 이곳저곳에서 이상 신호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4227조 8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0.1%(3조 8000억 원) 줄었다. 통화량이 감소한 것은 2023년 4월 이후 무려 23개월 만이다.

M2는 현금, 수시입출금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사실상 언제든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포함한 지표로,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느냐’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이미 작년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낮췄지만, 통화량은 오히려 줄었다. 더구나 이달에도 추가 금리 인하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이례적인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고삐풀린 가계부채에 대한 후폭풍을 가장 먼저 꼽는다. 천정부지로 불어난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다 보니,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였고, 이 여파가 기업대출 위축으로까지 번졌다. 실제로 3월 기준 가계대출은 1조 4000억 원 늘었지만, 기업대출은 2조 1000억 원이나 줄었다. 기업이 대출로 끌어온 자금을 다시 금융시장에 유통시키지 않게 되면서, 통화량이 줄어든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채 발행이 줄어든 것은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자금 조달 자체의 유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둔화와 예금 기피도 한몫하고 있다.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증가폭은 전월(8조 5000억 원)에서 3월엔 1조 9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한은은 이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 탓으로 분석했지만,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돈을 은행에 넣을 여유조차 줄어든 것”이라고 본다. 실제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하락하며 소비도 뒷걸음질쳤다.

여기에 지자체의 선심성 재정 집행도 영향을 줬다. 지역화폐 등 재정 사업 집행을 위해 지방정부들이 예치금을 인출하면서 수시입출식 예금이 7조 2000억 원이나 줄었다. 올해 추경에도 관련 사업에 4000억 원이 추가 편성됐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도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3월 기타 통화성 상품은 5조 7000억 원 줄었는데, 이는 외화 예수금 감소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전월보다 69억 5000만 달러 증가하며, 전년과 비교해 증가폭도 크게 확대됐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금리를 내려도 통화량이 줄어든다는 건, 한국 경제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며 “성장률이 0%대에 머물며 기업과 자금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남진 원광대 교수는 “특정 시점에 재정이나 외화 결제 등 이벤트가 몰리면 일시적으로 통화량이 줄 수 있다”며 “지속적인 추세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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