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제품 등을 친환경 제품으로 위장해 표시·광고(그린워싱)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4사가 정부 제재를 받았다. 환경보호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팔면서도 친환경이라고 위장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이랜드월드, 무신사, 아이티엑스 코리아, 신성통상 등 4사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이랜드는 '미쏘'와 '스파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 아이티엑스 코리아는 '자라', 신성통상은 '탑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적인 측면이 없는 자사 제품 상품명이나 설명란에 '에코' '친환경 소재' '지속가능한' 등 포괄적으로 친환경적인 표현을 사용해 광고한 혐의를 받는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등 석유화학 원단으로 이루어진 인조가죽 제품을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판매했다. 무신사는 제품 판매 페이지에서 상품명 아래에 '#에코레더'라고 친환경적인 표현을 사용해 광고했다.
탑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등 석유화학 원단으로 이뤄진 인조가죽 제품을 판매하면서 상품명에 '에코 레더' 등을 넣었다.
미쏘와 스파오도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인조가죽 제품을 판매하면서 '에코 퍼' '에코 레더' '에코 스웨이드' 등의 명칭을 사용했다.
자라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비스코스 등으로 이루어진 인조가죽 제품과 동물가죽 제품을 판매했다. 이 회사는 상품명에 '에코 레더', '에코 시어링', '에코 스웨이드', '에코 퍼' 등 친환경적 표현을 썼다.
공정위는 이들 사업자의 인조가죽 제품은 모두 폴리에스터 등 석유화학 원단 등으로 제작돼 생산 단계에서 미세 플라스틱 등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봤다.
내구도나 생분해성이 낮아 사용·폐기 단계에서도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문제가 된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특별히 더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친환경 상품'이란 '같은 용도의 다른 상품에 비해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을 개선한 상품'을 말한다.
특히 일부 단계에서 환경성이 개선됐더라도 원료의 획득,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상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그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경우 환경성이 개선된 것처럼 포괄적으로 표시·광고하면 안된다.
다만 공정위는 4개사 모두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며 자진 시정한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패션업계의 친환경 표시·광고에 대한 첫 제재 사례"라며 "향후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하는 그린워싱 사례가 억제되는 효과와 함께 올바른 정보 제공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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