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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TK서 “우리가 남이가” 외친 이재명…‘보수’ 끌어안기

달라진 이재명…TK 집중유세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떻나”

“좌든 우든 먹고사는 문제 제일 중요”

“이재명에도 ‘우리가 남이가’ 해 달라”

‘빨강’ 담긴 운동화 화제…‘통합’ 상징

비명·보수 끌어안은 ‘용광로’ 선대위도

14일 부산유엔공원 찾으며 ‘안보’ 행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울산=오승현 기자




“‘우리가 남이가?’ 이런 소리 하면서, 재명이는 경북 안동 출신인데 ‘왜 우리가 남이가? 재명이가 남이가?’ 소리는 안 해주는 겁니까? 앞으로는 ‘재명이가 남이가?’라고 한번 해 주시겠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년 전 대선 당시 대구에서 21.6%, 경북에선 23.8%의 득표율을 얻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이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에겐 더욱 치명적이었다. 결국 이 후보는 0.73%포인트 차이로 패하며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대권을 넘겨줬다.

이 후보는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집중 유세에서 “제가 지역주의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재명도 한번 써보시라”며 “제가 일하는 건 자신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가 적극적인 보수층 공략으로 ‘국민 통합’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신고 다니는 운동화는 물론, 유세차와 공보물에도 빨강과 파랑의 조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지층 확장에 실패했던 지난 대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3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대구·경북(TK)과 울산에서 집중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TK 정서를 고려해 유세 전반에서 ‘박정희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첫 일정을 소화한 경북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구미역 광장 유세에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면서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하나.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떠냐.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이념에 얽매지 않고 ‘실용주의’ 관점으로 본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저는 젊은 시절에는 군인을 동원하고 사법 살인을 하고 고문을 하고 장기집권을 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또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지난해 12월 구미시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가수 이승환 씨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취소한 것을 예로 들며 “유치하게 편 갈라 보복하는 일은 하지 말자. 상대편 제거하겠다고 쫓아가서 뒤를 파는 일은 안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후보 집권 시 ‘정치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수 진영의 프레임 공세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운동원들이 '재매이가 남이가!'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대구=오승현 기자


‘이 후보가 달라졌다’는 평가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3년 전 대선 당시에는 지방행정 경험만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대선에 재도전하는 재선 의원으로서 노련함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유권자들에게 안정감과 동시에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 후보는 이미지 전환을 위해 보수 정당의 상징인 ‘빨간색’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는 경선 때부터 어깨띠 끝자락에 빨간색 포인트를 뒀다”며 “진영을 뛰어넘는 실용주의 이미지와 동시에 통합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출정식에서 신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운동화는 온라인상에서 ‘완판’됐다. 윤호중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선대위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빨강과 파랑이 혼합된 이 후보의 운동화는 소모적인 색깔론을 넘어 통합을 염원하는 의미”라며 “(운동화 완판은)통합이라는 가치에 열광한 ‘가치 소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조는 선대위 구성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보수 원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물론 지난 총선에서 갈등 관계였던 박용진 전 의원에게도 손을 내밀며 ‘용광로’ 선대위를 완성시켰다.

이 후보의 러브콜은 국민의힘에서 대권을 노렸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으로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한다”며 “(미국에서)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 잔 나누자”고 글을 남겼다. 이에 홍 전 시장 지지자 모임은 이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홍 전 시장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도 일종의 평화회담을 제안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험지’ TK 일정을 마친 뒤 페이스북을 통해 “빨간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은 이제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더더욱 이념과 진영의 벽을 넘어 국민의 삶을 살피는 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여러분의) 절박한 희망과 간절한 기대를 현실로 만들겠다. 통합의 대한민국, 바로 여기 대구경북에서 시작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 후보는 14일 부산·울산·경남(PK) 유세의 첫 일정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시작한다. 이 후보의 안보관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오승현 기자


인재풀 넓히는 이재명…영입 검증 깐깐해진다


집권 가능성 높아지자 '줄서기'

과거 행적·발언들 꼼꼼히 체크

'홍준표 참모' 이병태 합류 불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각계각층으로부터 인사를 영입하면서도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영입 인사의 과거 행적이 순풍을 타고 있는 대선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대선 당시 영입 인재 1호 인물이 사생활 논란으로 사흘 만에 사퇴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학습 효과가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13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정책통인 이병태 전 KAIST 교수에 대한 영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 전 교수는 홍사모(홍준표와 함께한 사람들) 등과 이 후보 지지 선언을 예고했지만 짤막한 문자메시지만 내놓았다. 그는 ‘선대위 직에 연연하지 않고 이 후보의 정치가 성공하도록 조언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전 교수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캠프에 조인한다”고 밝힌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사실상 선대위 참여가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전 교수의 참여 소식이 알려진 뒤 민주당 선대위에서는 강한 반대 기류가 형성됐다. 과거 이 전 교수의 발언과 행적 때문이다. 이 전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부정 여론에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황정아 선대위 대변인은 “이 전 교수를 공식적으로 영입하기로 결정한 바가 없다”며 “영입을 염두에 둔 후보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신중모드는 이 후보의 싱크탱크를 자임하며 출범했던 성장과통합부터 예고된 바 있다. 500여 명의 학자와 관료, 현장 전문가들이 성장과통합에 몰려들었지만 통제되지 않은 메시지 때문에 출범 8일 만에 활동이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다만 이념보다 실용을 앞세운 이 후보의 기조에 맞게 인재 영입의 문을 닫지는 않을 방침이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 전 교수는 시장경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 상태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와 공이 있고 역할이 있는 분들과 힘을 합치면 좋겠다는 기조는 이전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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