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분야 참모인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전격 회동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했고 자동차 및 부품 관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8일 종료될 예정인 상호관세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이 후보 측의 요청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차장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이날 백악관에서 고위 당국자들과 회동한 후 한국 취재진을 만나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하며 한미일 간 협력 관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후보 입장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전에 후보 측 핵심 관계자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김 전 차장이 공식적인 정부 인사가 아닌 만큼 주미 한국대사관의 조력 없이 개인 인맥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야에서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한국의 외교정책이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후보자의 생각을 미국에 직접 전달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민주당 ‘통상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도 맡고 있는 김 전 차장은 “관세에 대해서도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자동차 부품 관세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한미 간 교역에서 거두는 무역 흑자 중 약 67%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며 “조선과 안보 등 다른 분야에서 우리(한국)의 역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상호관세 유예기간에 대해서는 “(협상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고 상대 측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25%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의 FTA 체결국가 중 가장 높은데 그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문제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 관세도 한국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이유로 “한미 FTA로 미국산 상품은 (대부분) 무관세인 상황인 만큼 어찌 보면 이중 페널티”라고 지적했다.
한일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인데 현 상황에서 한일은 일본의 조슈번과 사쓰마번이 (에도막부 타도를 위해) 협력했던 수준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 미사일 위협,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따른 안보 지형 변화 속에서 한일이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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