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누비는 선박은 조선소에서 고철로 몸통이 만들어진 뒤 뇌와 중추신경 역할을 하는 통합 제어 시스템이 탑재돼야 비로소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설계된 스마트 솔루션이 더해지면 연료를 절약하면서도 안전사고를 막고 선박의 고장도 즉각 탐지하는 ‘똑똑한 배’로 거듭난다.
지난달 24일 찾은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의 스마트관제센터는 스마트 솔루션의 산실(産室)과 같은 곳이다. 300인치 초대형 화면을 통해 400척이 넘는 선박의 운항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였다. 직원들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스마트 솔루션이 탑재된 선박들의 항로, 속도, 연료 소모량과 선박의 주요 기기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7년 업계 최초로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인 ‘ISS’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ISS는 선박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운항 효율을 높이고 안전 운항을 지원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선박의 현재 위치에서 최적의 항로를 제시해 연료 소모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탈탄소, 경제 운항 솔루션인 오션와이즈도 운영하고 있다. 올 초 SK해운과 현대글로비스의 선박에도 오션와이즈를 탑재했다. 최적 항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기상 정보가 필요해 일본의 웨더뉴스와 제휴를 맺었고 지난해 7월 항만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씨벤티지에 3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는 “오션와이즈는 지난해 출범한 후 450척 정도에 탑재가 됐다”면서 “HD현대의 선박 자율 운항 자회사인 아비커스의 시스템인 하이나스와 오션와이즈를 결합해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박도 자동차가 발전하는 속도로 진화를 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ISS가 여러 가지 플랫폼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를 통합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는 ISS 2.0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스마트 솔루션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국내 해운사와 선박에만 스마트 솔루션을 제공했다면 해외 선사를 대상으로도 고객층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고객사 100여 곳을 상대로 ‘오션와이즈 테크니컬 워크숍’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오션와이즈를 통해 연비를 5.3% 개선할 수 있다고 하자 고객사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국내 대형 선사는 대부분 쓰고 있는 오션와이즈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으로도 확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사이에 친환경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선박에 적용되는 기술이 고도화됐다”며 "그만큼 고품질·고비용의 서비스가 필요해 추후 선박 유지·보수(AM·After Market) 사업에서 기회가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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