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시장 대비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시장 투자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3 조기 대선으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었고, 관세발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장’은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45억 1838만 달러(약 20조 644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시장이 활황이던 지난해(105억 4500만 달러·14조 5731억 원) 대비 37.68% 증가한 수치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5조 6426억 원가량 사들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 순매수 규모는 미국 시장 대비 28.12%에 불과한 수준이다.
개인투자자의 미국 시장 쏠림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개인들의 한국 시장 순매수는 25조 5408억 원(코스피 16조 6799억 원·코스닥 8조 6498억 원)으로 미국 시장 순매수 규모(120억 5386만 달러·16조 8910억 원) 대비 8조 6498억 원가량 많았다. 2023년에는 한국과 미국 두 시장에서 각각 5조 8511억 원, 3조 9058억 원씩 순매도했다. 지난해에는 한국 시장 순매수 규모가 1조 468억 원에 그쳤으나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로 역대 최대 활황을 맞이한 미국 시장에서는 14조 5731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올해 한국 증시가 미국 대비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미국 시장으로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올해 들어 4.67% 내렸으며 나스닥종합지수도 8.39%나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했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증시가 부진했다. 반면 지난해 극심한 부침을 겪었던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7.26%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이유로는 여러 문제가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조기 대선에 따른 밸류업 동력 약화가 미장 쏠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국장’을 떠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로 선회한 투자자들도 증가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통상 투자자는 익숙함 때문에 자국 증시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있다”며 “그럼에도 해외 증시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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