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슈미르 총기 테러 사건 이후 갈등을 빚어오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6년 만에 다시 무력 충돌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양국이 부딪치면서 우크라이나전·가자전쟁에 이어 제3의 전쟁으로 확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날 오전 자국군이 파키스탄과 파키스탄이 점령한 잠무와 카슈미르의 9곳을 공격하는 ‘신두르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파키스탄의 군 시설이 공격의 표적이 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파키스탄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26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인도의 공격에 대응해 파키스탄도 인도 전투기 5기를 격추했다”며 “파키스탄은 인도가 자행한 이 전쟁 행위에 강력히 대응할 모든 권리가 있으며 현재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파키스탄의 포격으로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10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히말라야산맥 일부인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현재 카슈미르 지역은 3분의 2를 인도가, 나머지 3분의 1을 파키스탄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특히 2019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힌두민족주의 정부가 카슈미르의 헌법적 자치권을 박탈하고 뉴델리의 통치하에 두면서 힌두와 이슬람 세력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이번 무력 충돌의 불씨는 지난달 22일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사건이다. 당시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은 후 양국은 일촉즉발의 긴장을 이어왔다. 인도는 파키스탄을 테러 배후로 지목하고 인도 내 파키스탄인 비자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파키스탄과의 상품 수입, 선박 입항, 우편 교환도 금지했다.
파키스탄은 연관성을 부인하며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 무역 중단과 인도인 비자 취소 등으로 맞섰다. 이에 더해 전날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강물 차단에 나서자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파키스탄은 인더스강 수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지류 차단은 나라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의 무력 충돌이었던 2019년 2월에도 카슈미르에서 벌어진 테러가 발단이 되면서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170개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점이다.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인도는 1974년과 1998년 핵실험에 성공하며 핵무기를 확보했다. 인도의 움직임에 긴장한 파키스탄도 1970년대 중반 이후 핵무기 개발을 시작해 1998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후 두 나라는 비공인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갖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도가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를 벗어나 파키스탄 영토인 펀자브에 공격을 가한 것은 두 국가 간 갈등이 어느 때보다 격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디 총리 취임 이후 파키스탄에 대한 인도의 입장이 더욱 완고해졌다”며 “인도는 파키스탄이 인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경 내 무장단체를 단속할 경우에만 평화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질적 화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도 양국 간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세계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대립을 감당할 수 없다”며 군사적 자제를 당부했다.
한편 이번 무력 충돌의 여파로 불똥이 튄 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은 항공편 노선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등 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파키스탄 영공을 지나던 인천~두바이 노선의 항로를 남쪽으로 변경한다고 7일 밝혔다. 인도 뉴델리행 항공편은 정상 운항하면서 현재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베트남항공과 타이항공, 대만 중화항공 등도 비상 계획을 가동하고 항공편을 조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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