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회사 퀄컴이 삼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올라있음을 자신했다. 삼성전자(005930)의 자체 AP를 설계하는 LSI 사업부가 올 하반기 엑시노스 2500 공급을 시작하며 퀄컴을 추격하고 있지만, 당분간 공고한 아성을 깨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회사의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고객사별로 나눠봤을 때 삼성과의 관계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아몬 CEO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삼성의 자체 반도체 칩과 경쟁했고 점유율을 끌여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삼성 AP 공급망에서) 점유율이 50%였지만 지금은 약 75% 수준에 달한다. 삼성과 다년 간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AI) 구현 등으로 스마트폰의 성능이 고도화할수록 AP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설계 작업이 어려워진다.
아몬 CEO의 말처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퀄컴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회사는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에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전량 납품하면서 위용을 과시했다.
퀄컴의 활약 속에서 속앓이를 하는 곳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다. 퀄컴이 갤럭시 S25와 플러스·울트라용 AP 공급을 싹쓸이하는 사이, 이 시리즈에 탑재되는 것을 노렸던 '엑시노스 2500'은 부진한 성능으로 탈락의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시스템LSI 사업부가 올 1분기 5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봤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사실 시스템LSI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MX사업부가 출시했던 갤럭시 S23용 AP도 퀄컴이 100% 독차지했고, 이듬해 S24에서는 '엑시노스 2400'이 채용되긴 했지만 S24·플러스 일부 모델에서였을 뿐 최고사양 모델인 울트라에는 퀄컴 칩이 100% 채용되면서 확실한 반등을 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철옹성같은 퀄컴의 기술력 앞에서 올 하반기 또 한번 기회를 노린다. 7월 출시하는 폴드 시리즈 중 '플립7' 모델에 엑시노스 2500가 천신만고 끝에 탑재되기 때문이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갤럭시 공급망 진입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씻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엑시노스 2500에는 삼성 파운드리의 3나노 공정이 적용되는데, 아직 수율이 원활한 양산을 기대할 만큼 올라오지 않았다는 분석이 여전하고 칩 성능에 대한 의구심 역시 지워지지 않았다.
또한 이번 공급의 성공 여부는 올해 말과 내년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사업부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26 탑재를 위해 2나노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2600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삼성 파운드리는 퀄컴 2나노 AP 수주도 논의하고 있는 만큼 공정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S26용 AP에서도 아직까지는 퀄컴의 칩 성능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애플에 이은 세계 2위 AP 강자인 퀄컴과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술력인 TSMC 조합을 꺾긴 쉽지 않겠지만, 올해가 두 사업부의 분수령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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