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도 각 지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행보’를 이어갔다. 당초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지 않으면 계획된 일정을 취소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예정대로 경기 포천·연천 등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지역을 찾아 민생 행보 의지를 부각했다.
하지만 노동절을 맞아 경영계가 줄곧 반대하고 있는 정년 연장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이 후보의 ‘실용주의’ 노선의 진정성에 또다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포천·연천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민심을 듣는 ‘경청 투어’에 돌입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경기 북부부터 강원 접경 지역과 영동권역, 경북 영주·예천을 거쳐 4일 충북 단양·제천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경청 투어를 계획했다. 이들 지역은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약세인 것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이 후보가 이날 경청 투어를 그대로 강행한 것은 민심을 최대한 청취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청 투어에 앞서 이 후보가 서울 종로구에서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과 만나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진행하던 도중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을 선고하자 이 후보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예정대로 바로 포천으로 향하면서 “우리가 국민에게 뭘 요구하기보다 뭘 원하는지를 들어야 한다”고 밝힌 선거 기조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방침을 표현했다. 특히 지지세가 약한 지역의 민심을 우선적으로 청취해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공약에 반영하면서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이날 근로자의 날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종 친노동적인 정책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동정책 발표문을 올려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자영업자 등 고용 형태나 계약 명칭과 무관하게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공정한 보상,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 환경, 고용·산재보험 등을 반드시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밝힌 법 제도 개선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해온 ‘노란봉투법’을 가리킨 것이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법안이지만 재계에서는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두 차례 폐기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이 6·3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으면 이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은 이 후보는 “같은 대기업이 여러 회사에서 납품을 받는다고 하면 집단 교섭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입법 필요성을 재차 부각했다.
정년 연장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하려면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법적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단절은 생계의 절벽”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각종 경제단체와 재계에서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의 부작용을 심화시킨다”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실제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차기 정부에서 검찰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검찰 개혁’ 의지도 다졌다. 검찰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필요성과 그 방안으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제안했다.
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는 이틀 연속 토론회를 열어 이 후보의 실용주의 전략에 힘을 보탰다.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의의와 국민 통합 방안 토론회’를 열고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이 이번 대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까지는 경제와 사회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했지만 국민 통합은 지속적 경제성장이 이뤄질 때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성장 정책에 방점을 찍겠다는 방침을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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