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방한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트럼프 주니어는 1박 2일 일정으로 국내 주요기업 총수들과 면담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29일 오후 6시 25분께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전용기편으로 입국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탄 전세기 비스타젯 9H-VJJ편의 착륙 시간은 오후 4시 45분이었으나 출발이 다소 지연되면서 예정시간보다 1시간 40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검은색 캡모자를 쓰고 편안한 복장으로 도착했으며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여성도 동행했다. 공항 정문에 수십명의 취재진과 준비된 차량이 대기 중이었지만, 이를 따돌리고 극비리에 또다른 차량을 이용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트럼프 주니어는 곧바로 정 회장과의 만찬을 위해 성남 백현동 소재 자택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성사됐다. 연초부터 국내 재계 관계자들로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세차례 방한한 바 있으며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첫 방한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주니어는 30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10대 그룹 총수 상당수와 단독 면담에 나선다. 다만, 해외 체류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참여가 어려울 전망이다.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미국 내 에너지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도 언급된다. 한편 이번 방한 일정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국내 정·관계 인사와는 별도 회담을 갖지 않는다. 정용진 회장은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직접 트럼프 주니어를 챙길 예정이다.
대부분 단독 면담으로 이뤄지지만, 일부 중견기업들은 단체 세션을 통해 한 번에 만나는 자리도 가질 계획이다. 면담 대상 기업인은 20명 안팎으로 트럼프 주니어는 주로 국내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별다른 직책은 없지만,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JD밴스 부통령을 추천한 인물도 트럼프 주니어다. 2기 행정부에서는 자리를 맡으려는 공직 후보들의 충성심을 검증하며 ‘마가(MAGA) 감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번 만남은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이뤄지는 터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기로 발표한 뒤 본격 시행은 90일 유예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달 24일(현지시간) 종료된 첫 ‘2+2 통상 협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미국의 관세 부과 문제와 산업 협력 등과 관련해 ‘패키지 합의’를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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