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차세대 메모리로 불리는 수직채널트랜지스터(VCT) D램을 3년 내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라이벌 회사인 SK하이닉스(000660)보다 한 세대 더 빨리 양산에 성공해 ‘초격차’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경영진은 이 같은 로드맵을 확정하고 제품 양산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VCT D램은 기억 소자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꼿꼿이 세운 제품을 말한다. 평평하게 눕혀서 만드는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배치할 수 있어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다만 이 방식은 기존보다 공정이 훨씬 까다롭고 복잡하다. 기억 장치를 만드는 전(前) 공정은 물론 기존 D램 공정에서는 쓰이지 않던 첨단 패키징 공정까지 동원해야 하는 등 기술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 만만찮다.
삼성전자는 현재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5세대 D램을 양산 중이며 올해 6세대 양산이 목표다. 내년 7세대 개발 스케줄까지 확정한 가운데 그 이후 8세대(1e) D램과 아예 새로운 방식인 VCT D램을 놓고 저울질하다 VCT D램 방식을 낙점했다. SK하이닉스는 7세대→1나노급 1세대(0a) → 수직 D램(VG) 도입 일정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전자 계획이 맞아떨어지면 한 발 앞서 ‘V D램’ 시대를 열 수 있다. 삼성전자 내 8세대 제품 선행 연구 조직은 7세대 조직과 합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르면 2~3년 안에 VCT D램의 실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단일 D램에서도 밀린 만큼 미래 기술에서 경쟁사를 앞서 선두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D램 로드맵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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