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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MAGA가 불러온 '불확실성 시대'…美 경제부터 때렸다

■트럼프 2기 혼돈의 100일

취임 100일간 행정명령 137개

"EU, 美 뜯어먹는 조직" 맹비난

동맹마저 흔들며 반미감정 확산

中 의존하던 美기업 관세 부메랑

경기침체 확률 45%까지 급상승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아내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26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참석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로 ‘혼란스러운(chaotic)’을 꼽았다. 이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둔 가운데 전 세계는 물론 미국인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황금의 시대’에 대한 장밋빛 기대보다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 안보 및 자유무역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금융시장에서 달러 패권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27일 미국 연방공보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날까지 137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됐던 1937년의 256개 이후 가장 많은 행정명령이다. 취임 100일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당시(74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존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에 대해 “경제와 관료제, 문화, 외교, 심지어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념까지 뒤집으려는 혁명적인 접근”이라며 “(이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으며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먼저 금이 간 곳은 무역 질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관세의 본래 목적은 물론 해외 기업 투자 유치나 마약 확산 방지, 불법 이민 통제, 제재 대상국의 석유 수출 제한 등 모든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관세 카드를 꺼내면서다. 지난 100일간 관세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을 실천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전 세계 무역 질서는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안보 위협이나 비상사태에 대한 법률인 무역확장법 232조,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관세 부과의 근거를 내세우면서 교역 상대국과 기존에 맺은 무역협정의 효력을 무력화하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상호 협정에 기반해 ‘신뢰의 규칙’을 정하던 무역 관행은 설 자리를 잃었고 미국이 상대국에 일방적인 관세율을 부과하는 ‘약탈적 무질서’가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전후 80년간 미국의 대외 전략 기본 틀이었던 북미 동맹과 대서양 동맹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형성된 조직”이라고 맹비난했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돈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며 국방비 청구를 내밀었다. 캐나다에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라고 했다.

동맹들은 ‘미국 없는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은 국방비 확대를 결의한 데 이어 미국 대신 프랑스 핵우산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6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무너뜨리고 소유하려 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캐나다에서는 반미 감정이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달은 상태다.

이러한 혼란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애플·나이키 등 해외에 제조 시설을 둔 기업들 주가가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미국 가계들이 여행 계획을 재고하면서 항공사 예약도 감소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은 사실상 중단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산 제품 의존율이 60%인 월마트 등 미국 유통 업체들의 매대가 텅텅 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던 희토류 부족으로 항공이나 자동차 등 미국 기간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 82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에서 미국 경기 침체 확률 중위값은 취임 당시인 1월 20% 수준에서 현재 45%로 늘어났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극단적인 정책 행보에 미국 자산을 외면하는 ‘셀 아메리카’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때리기’에 맞물려 달러 가치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이자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로 잘 알려진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너무 빨리 움직이고, 너무 무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많은 것을 깨뜨리고 있다”며 “미국의 국가 브랜드가 위험에 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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