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를 넘긴 여성노동자 두 명의 고공농성이 끝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고공농성으로 표출된 이 극심한 노사 대립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소속 소현숙씨는 이날 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벌여온 고공농성을 멈췄다. 지회 소속 박정혜씨와 공장에 오른 지 476일 만이다. 소씨는 더 이상 고공농성을 할 수 없는 몸이다. 농성을 하는 동안 잇몸이 내려앉아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심한 구토 증세까지 겪고 있다. 박씨는 홀로 고공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소씨는 건강이 회복되면 지상에서 박씨의 고공농성을 돕는다.
소씨와 박씨 등 지회 소속 7명은 옵티칼하이테크의 모회사인 일본 기업 닛토덴코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화재로 공장이 전소됐다. 이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이들을 포함해 상당수 근로자를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옵티칼하이테크의 생산물량 상당 부분은 닛토덴코의 따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 넘어갔다. 한국니토옵티칼은 3개년 당기순이익이 1100억 원을 넘는 우량회사다. 결국 고공농성의 쟁점은 닛토덴코와 니토옵티칼의 고용승계 의무 범위와 기존 직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다.
하지만 고공농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회는 국회 관심 속 작년 12월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났다. 또 일본 정부, 일본 닛토덴코에 해결방안을 촉구했다. 하지만 아직 고공농성을 멈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지회는 고공농성 기간 노사 정책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은커녕 국장급 실무자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이 고공농성은 여성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넘어섰다. 이전 여성노동자의 최장기 고공농성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309일 크레인 농성’이다. 남녀를 통틀어 최장기 고공농성은 2014년 5월 27일부터 408일 이어진 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이다. 당시 두 해고노동자는 408일 만에 사측과 복직에 합의했다.
노동시민단체는 ‘희망버스’ ‘희망텐트’란 이름으로 정례적으로 시민들과 농성장을 찾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이 복직을 통해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소씨는 전일 농성장 앞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닛토덴코 등은) 150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하면서 왜 일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를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박씨도 “이 싸움은 노동자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위한 모두의 싸움이고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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