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 지난해 2분기 -0.2%를 기록했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와 4분기에 0.1%로 소폭 반등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다시 -0.2%를 나타냈다. 한국 경제의 GDP 성장률이 4분기 연속 0.1% 이하를 보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무한 루프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자칫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4일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2월에 내놓은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나 낮다.
소비는 민간·정부 부문 모두 0.1%씩 줄었다. 투자는 더 악화했다. 건설투자는 -3.2%, 설비투자 -2.1%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보다 0.4%포인트 낮아졌는데 지난해 2분기부터 성장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수출도 좋지 않다. 수출은 1.1% 감소했다. 어느 것 하나 좋지 않다는 얘기다.
2분기 이후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이 본격화하는 탓이다. 한은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이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과거에는 1분기 성장률을 토대로 산술적으로 연간 성장률을 계산했는데 이번에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역시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언급하면서 “추경이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게 조속히 의결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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