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승인 여부를 다음 달에 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승인이 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분위기가 급변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인수 작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보험사의 경영지표가 나빠져 우리금융의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30일 정례회의에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위한 승인 안건을 올리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보다 앞선 24일께 추가로 안건 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안건소위부터 한 차례 열어야 한다”며 “정확하게 금융위가 언제 자회사 승인 여부를 논의할지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승인한다는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실태평가를 3등급으로 통보해 보다 밀도 있는 논의와 함께 확실한 승인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는 원칙적으로 금융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회사를 편입할 수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자회사 M&A 같은 주요 경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전 검토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3등급이어도 금융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 있다.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 예외 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이) 3등급이 된 요인을 엄밀히 본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55.5%로 1년 전보다 37.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ABL생명의 킥스 비율도 186%에서 153.7%로 하락했다.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150%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사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도 승인을 빨리 내려줘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 업계는 저출산에 따른 가입자 감소와 저금리, 당국의 기본자본비율 규제 강화 등에 매물로 나온 업체가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M&A로 새 주인을 찾아줄 곳은 찾아주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외국계와 부실 보험사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보험사들이 방치될 경우 고객들의 신뢰가 무너져 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을 시작으로 문제 보험사들의 처리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시간을 끌면 보험사의 경영만 망가진다. 동양·ABL은 이달에 결론이 나오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양·ABL생명의 처리가 늦어지는 가운데 MG손보는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확정짓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당국 안팎에서는 MG손보가 보유한 계약을 대형 보험사에 쪼개 이전하는 방안이 1차적으로 거론되지만 세부 내용에서 보험사와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MG손보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이다. MG손보의 자본(연결 기준)은 지난해 말 현재 -1249억 원이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이익결손금이 1년 전보다 66.2% 증가한 3591억 원에 달한다. MG손보는 지난해 143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20년부터 5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MG손보의 재무 상태를 방치하면 향후 정상화 비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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