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정관헌에 예전에 없던 ‘벽’이 새로 생겼다. 정관헌은 1900년에 건립된 양관(洋館·서양식 건물)인데 그동안 고종이 커피를 마시고 연회를 열던 공간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한다. 원래는 다른 건물처럼 사방을 벽으로 두른 건물로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놓아두던 신성한 곳이었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께 일제가 덕수궁을 공원으로 만들면서 벽을 헐어내고 지금 같은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에 정관헌에 다시 가벽을 세우면서 과거 본래 모습을 기억하게 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1일 서울 덕수궁 돈덕전과 정관헌에서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만나고, 간직하다’ 특별전을 언론에 공개했다. 특별전은 기존 조선의 궁궐 건물과 확연히 달랐던 양관을 소개한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다.
당초 덕수궁에는 대한제국 시기(1897~1907) 양관이 모두 10곳 있었는데 현재 남은 것은 4곳 뿐이다. 돈덕전과 정관헌, 석조전, 중명전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주로 돈덕전이 활용됐고 정관헌은 외부 모습으로 과거를 되살렸다. 전시는 크게 양관의 건축 구조, 양관에서 사용된 물건, 서양식 생활 양식, 양관의 현대적 복원으로 구분된다. 유물과 사진 11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돈덕전을 비롯한 양관에서 발견된 벽돌, 타일, 보일러 부재 등을 만날 수 있다. 석조전의 바닥과 지붕에 적용된 철골 콘크리트가 흥미롭다. 또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 이은의 어머니인 순헌황귀비가 정관헌을 ‘존경하여 받드는 곳(尊奉之所)’이라 밝힌 기록이 담긴 ‘승녕부일기’가 처음 공개된다.
국가유산청은 “서양 세력과 만나 경쟁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양관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자는 의미로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