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야간 모의사격 훈련 중이던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오후 8시 22분쯤 강원도 평창 상공에서 기총포드(GunPod) 2개와 빈 외장 연료탱크 2개를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조종사 조작 실수다. 조종사가 히터 풍량을 조절하려다 버튼을 잘못 눌러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21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에서 조종사 진술 등을 조사한 결과, 사고 원인이 후방석 조종사의 부주의로 확인됐다며 이처럼 밝혔다.
과거 기계적 결함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는 있었지만 조종사의 오조작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이 지난 3월 6일 초유의 ‘조종사의 좌표 오입력으로 민가 오폭’ 사고를 냈는데, 43일만에 역시 초유의 ‘조종사의 오조작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가 또 벌어졌다는 것이다.
공군에 따르면 당시 야간 모의사격 훈련 중이던 조종사는 바이저(전투기 헬멧의 고글) 위에 야간투시경을 쓰고 있었는데, 후방석 조종사가 히터 바람이 바이저 사이로 들어와 시야에 불편을 느껴 풍량을 조절하려다가 송풍구 바로 위에 위치한 비상투하 버튼을 잘못 눌렀다고 한다.
공군은 이번 사고로 22일까지 필수 전력 외 전체 기종에 대해 비행 중지를 지시했다. 지난 17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 ‘프리덤 플래그’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나마 다행일까. 이번에 낙하한 지점은 산악지역으로 민간이 피해는 전혀 없었다. 공군은 형·사법적으로 어떤 혐의가 있을 때 수사당국에서 입건하지만, 이번 사고는 형사사건 쪽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고 안전 분야 처분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등 문책 정도로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日 자위대, 공중서 총 떨어뜨려 군인 사망
그러나 최근 일본의 사고를 비교할 때 이번 공군의 낙하 사고가 결코 다행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본 자위대 군인이 최근 훈련 중 공중에서 총을 떨어뜨려 지상에 있던 군인이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후지뉴스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오후 6시 45분쯤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에 있는 자위대 군기지에서 훈련 중 기관총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훈련 중이던 군인은 헬리콥터에서 지상으로 하강을 하다가 벨트가 풀리면서 메고 있던 경기관총이 떨어졌다.
추락한 총은 5.56㎜탄을 쓰는 벨기에 FN社 제작 ‘경기관총 미니미(Minimi)’로 길이는 약 1m, 무게는 약 7㎏에 달한다. 높이 약 15미터에서 떨어진 기관총은 지상에서 훈련을 통제 중이던 41세 상사의 가슴을 직격했다.
사고를 당한 이 군인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약 2시간 30분 만에 ‘심장 손상’으로 사망했다. 육상자위대는 사고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현재 사고 원인을 규명 중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KA-1 전술통제기 겸 경항공기는 12.7㎜탄을 쓰는 기관총 건포드를 장착하고 있다. 다행히 야간에 산악지대에서 총 1정과 12.7㎜ 실탄 250발이 각각 담긴 기총포드(GunPod) 2개, 외장 연료탱크 2개가 낙하했다. 총 무게는 31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탄 10여발은 아직 수색 중이다. 연료탱크 2개도 발견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실탄 오폭이라는 사고는 공군 역사상 없었던 일이 벌어진 지 40여 일 만에 또다시 사고가 터졌다”며 “국방부 장관 부재 속에 공군이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 없이 조종사 과실에 초점을 맞추더니 말도 안되는 사고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12월 26일 남측 영공을 무단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출격한 KA-1 전술통제기 겸 경공격기는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그러다 2년 여만에 다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2024년 4·10 총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풍선다발 형태 비행체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해 군이 요격하는 일이 벌어졌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3월 20일 백령도 해병대 6여단 방공레이더에 NLL 북쪽 상공의 미상 비행체가 포착됐다. 군은 공군 ‘KA-1’ 전술통제기 겸 경공격기와 해군 함정을 백령도 일대에 배치해 비행체 남하에 대비했다. 군은 비행체가 계속 이동해 NLL을 넘어오자 KA-1 기관총 사격으로 격추했다.
KA-1은 우리 공군이 전술통제기 및 경공격기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체다. KA-1은 순수 국내기술로 처음 만든 군용 항공기 ‘KT-1’ 훈련기를 기초로 개발했다. 당초 외국산 전술통제기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2005년 10월 전선통제기 ‘KO-1’을 만들었다. 이후 경공격기 임무를 강조하고자 2007년 10월 KA-1으로 그 명칭을 바꿨다.
전술통제기란 적 지상군 위치를 파악한 뒤 아군 항공기의 공격을 정확히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기체에 탑재된 기관총·연막로켓 등을 이용해 그 위치를 알려준다. 다만 전술통제기는 저공을 비행하면서 적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전투기보다 속도가 느린 항공기를 이용한다. 현재 공군은 KA-1을 사용해 비중요지역에서 드론요격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2명이 탑승하는 KA-1엔 950마력 엔진을 장착했다. 이륙 후 3시간 30분 동안 체공이 가능하다. KA-1의 최대이륙중량은 약 3300㎏으로, 기본 무장으론 70㎜(2.75인치) 로켓과 12.7㎜ 기관총 건포드를 장착했다.
이외에 ‘히드라70’ 로켓, ‘헬파이어’ 미사일 그리고 항공투하용 레이저 유도·무유도 폭탄 MK-82 등도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무기 체계를 갖춰서 KA-1은 북한이 대량으로 보유한 침투용 공기부양식 상륙정을 저지하는 등의 공격 임무도 담당한다.
KA-1 전술통제기 겸 경공격기가 무장을 달 수 있는 하드포인트는 양 날개에 2개씩, 4곳과 동체 중앙에 1개 등 총 5곳이다. 기본 무장은 70㎜ 로켓과 12.7㎜ 기관총 건포드다. 동체 안쪽에 대형 투하폭탄처럼 달린 것이 건포드이고, 바깥쪽 파일런에 마치 공대공 미사일처럼 보이는 것이 70㎜ 로켓이다.
70㎜(2.75 인치) 로켓은 ‘LAU-131’ 7연장 로켓 포드 2개를 장착해 최대 14발 탑재가 가능하다. 공격 헬리콥터에 장착되는 것과는 달리 선단부가 둥그스름하게 가려져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뒷부분에도 비슷한 것이 장착돼 있다. 백린탄으로 연막을 피워 목표물을 지시하거나 경장갑 목표물일 경우 직접 공격한다.
건포드(외부장착물)는 벨기에 FN사의 ‘HMP 250’으로 12.7㎜ 기관총과 250발의 기총탄을 장전하고 있다. 발사속도는 분당 1025발, 사거리는 3㎞에 달한다. MK-81/82 등 250/500 파운드 항공투하용 레이저 유도/무유도폭탄 2발 또는 폭격 훈련용 투하훈련탄 1발도 장착이 가능하다. 방어 및 회피용 채프와 플레어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KA-1은 적의 지상 목표를 공격하는 근접 지원 작전 임무를 수행할 때 이동 차량과 소규모 병력의 표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공격에 앞서 작전 지역을 정찰해 표적의 위치를 알려 주는 지휘통제기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 지형에서는 적 지상 병력에 대해 효과적인 공격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여전히 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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