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국으로 확대된 대규모 전세사기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습니다. 일명 ‘빌라왕’으로 불린 악질적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이에 국회는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지난 2023년 6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경공매로 매입하고 이때 발생하는 경매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과 금융·주거지원 방안들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는 2년 한시법으로, 유효 기간이 끝나는 5월 31일 이후 피해를 인지한 피해자는 특별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전세사기 피해 구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6일 소위원회에서 특별법 종료 시점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여야 합의를 이룬 만큼 최종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만 이미 11건의 유사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대부분 특별법의 유효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가운데 개별 법안들의 성격을 살펴보겠습니다.
연장기간 1~4년 제각각
11건의 특별법 개정안 중 유효기간의 연장만 담고 있는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염태영·윤준병·박용갑·문진석 의원,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발의안입니다. 이중 지난 8일 발의된 구 의원 법안이 가장 짧은 유효기간인 1년 연장 조항을 담았습니다.
가장 연장 기간이 긴 개정안은 박 의원 발의안입니다. 박 의원은 특별법 유효기간을 4년까지 연장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지금도 신종 전세사기가 발생하고 있고 문제 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경우 최대 4년까지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대해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염 의원은 2년, 문 의원은 2년 6개월, 윤 의원은 3년의 유효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전세지원센터 설치·재신청 조항까지
유효기간 연장 뿐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별도의 조항이 추가된 개정안들도 있습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특별법 기한 1년 연장과 더불어 법 존속 기간에 피해자 신청을 했던 사람들에 한해 법 만료 후 위원회의 존속기한 동안 재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은 임차인도 그 결정의 근거가 된 사실이나 법률 관계가 변경될 경우 다시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 등이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도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6곳에 불과해 그 외 지역의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와 더불어 현행법의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하도록 했습니다.
매월 1500건 피해 인정 신청…5월 31일까지 최초 계약자만 인정
특별법 일몰을 앞뒀는데도 전세사기 피해 인정을 신청하는 건수가 매월 1500건 안팎을 유지하는 등 피해자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까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약 2만9000명에 이릅니다.
다만 양당이 유효기간을 2년만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집단적 사기 피해를 일시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의 취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6월 1일 이전 최초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까지만 특별법을 적용 받을 수 있는 피해자로 인정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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