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예산 3조 원이 넘는 경기 고양시의 시금고 선정을 두고 물밑경쟁이 본격화 하고 있다.
1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양시는 올해 NH농협은행과의 시 금고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복수금고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부천·구리·하남시 등이 제1금고와 제2금고로 나눠 복수금고를 운용하고 있다.
복수금고로 전환하면 각 시중은행들이 출연금 및 금리 제안 등 경쟁이 불 붙어 지자체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양시도 독점체재를 유지해 온 농협은행과 시중은행간 경쟁을 유도해 시민들의 혜택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다만 고양시의 경우 도농복합지역이다 보니 대면 업무가 필요한 고령층이 많다 보니 농협이 운영하는 각 지점들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점포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인 데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가 이원화 돼 업무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전국 대다수 지자체가 행정의 안정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을 모두 한 개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단일금고를 원칙으로 하는 이유기도 하다.
게다가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이 닥쳤을 때 재난지원금이나 선불카드 등도 농협은행이 도맡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인접한 파주시의 경우 지난 2009년 시중은행을 포함한 복수금고로 지정했다가 시스템 구축 및 회계 효율성,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이 중도에 백기를 들고 떠나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후 2011년부터 현재까지 농협은행이 파주시 시금고를 운영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화 된 농민들은 농협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점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모(67) 씨는 “핸드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나이가 든 어르신들은 여전히 은행에서 공과금도 내고, 돈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농협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농촌 지역 점포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테고 결국 문을 닫게 되면 어르신들은 간단한 은행업무를 위해 일산 도심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한 조합원은 “농협은행은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로 로컬푸드 마켓의 적자를 메꿔주고, 고양시 직원들로 모두 채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단순히 시금고를 맡기 위해서가 아니라 농업의 지위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양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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