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사가 보유한 부실채권(NPL)의 위험가중치를 낮춰 기업대출 여력을 2조 원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 리스크 담당 실무진을 연달아 소집해 이 같은 내용의 위험가중자산 경감 방안을 논의했다.
당국은 지주 산하 NPL 전문투자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NPL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는 100%와 150%로 획일화돼 있고 다른 자산에 비해 수치가 높다. 가중치 산정 기준도 담보로 잡힌 부동산이 상업용인지 주거용인지, 자산 관련 충당금이 20%를 넘기는지 등으로 단순하다. 대출 자산의 경우 담보 가치를 백분율로 따져 위험가중치를 세밀하게 부여하는데 NPL은 분류 기준이 단순해 금융사의 부담이 크다.
당국은 가중치 산정 기준을 보다 세분화하면 금융사의 위험가중자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상업용 부동산 아래 여러 하위 항목을 만들고 항목별로 가중치를 차등하는 방식이 대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당국 내에서는 NPL의 리스크 자체를 재평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투자회사가 NPL을 할인된 금액에 매입한 만큼 채권에 연동된 리스크도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계는 이 같은 방안이 도입되면 주요 금융지주가 2조 원가량의 위험가중자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뒤집어보면 금융지주가 기업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하나금융(하나F&I)과 우리금융(우리금융F&I) 등 NPL 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의 대출 여력이 특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 사의 관련 위험가중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3조 원, 1조 원 수준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위험가중치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당국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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