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이르면 다음 달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Velocity Clearing, LLC)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의 승인에 이어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외국인 투자 승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생명이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한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벨로시티 지분 75% 인수 거래가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CFIUS)를 통과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벨로시티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배권 강화 △핵심 기술 및 개인정보 관련 사업 △군 기지 또는 국가 안보 시설 인근 부동산 거래 △CFIUS 검토를 회피하기 위한 유형의 거래 등에 대해 심사를 할 수 있다. 45일간 초기 심사가 이뤄지며 필요하면 심층 조사(45일)를 추가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이 15일간 거래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딜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8부 능선은 넘은 상황”이라며 “큰 이슈가 없다면 부수 작업을 통해 5월께 최종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로시티는 2003년 설립돼 뉴욕을 거점으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기술(IT) 기반 증권사다. 청산·결제 서비스와 주식 대차거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과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상장 주식 중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2023년 말 현재 7억 8714만 달러(약 1조 1160억 원) 수준이었던 벨로시티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12억 2505만 달러로 가파르게 불어났다.
한화생명은 벨로시티를 통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강조하는 ‘글로벌’과 ‘디지털’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거래라는 설명이다. 인수 작업이 최종적으로 끝나면 한화생명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은 2008년 국내 보험사 최초로 베트남에 지분 100%를 단독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진출 15년 만인 지난해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첫 누적 흑자를 기록했고 한화생명은 1000억 동(약 54억 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벨로시티를 키울 여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5% 늘어난 8660억 원이다. 하지만 배당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해약환급금 적립 규모가 매년 늘며 이익이 늘어도 배당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본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말 기본 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73.8%로 자산 상위 5곳 생보사 중 유일하게 100%를 밑돌았다. 한화생명 측은 “벨로시티의 핵심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직접 활용하고 증권업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회사를 지속 성장시켜온 기존 경영진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꾀하겠다”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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