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의 올 1분기 메모리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에도 AI(인공지능) 시장의 팽창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날개를 달면서 수출이 탄탄하게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인 6조 5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시와 충북 청주시의 메모리(HS코드: 854232) 수출액은 57억 9800만 달러(약 8조 2783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수출액인 45억 6000만 달러보다 27% 증가한 규모다. 이천과 청주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이들 지역의 메모리 수출액은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실적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HBM 수출 확대로 외형과 수익이 큰 폭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으로 수출되는 '복합구조칩 집적회로'의 수출액(약 28억 달러)이 1분기 전체 메모리 수출액의 48%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복합구조칩 집적회로 품목에는 HBM이 포함돼 있다. 대만으로 간 HBM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로 가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결합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낸드 플래시 제조 시설과 HBM 후공정 시설이 함께 있는 청주의 플래시 메모리 수출액은 10%에 그쳤다. 청주 사업장의 최신 공장인 M15 위주로 HBM 후공정이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든 메모리다. GPU 등 연산 장치 바로 옆에 장착돼 정보 처리를 돕는 칩인데, AI 시장 확대로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HBM의 활용도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AI 칩 1위 회사인 엔비디아와 끈끈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포인트다. 특히 고성능 칩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5세대 HBM(HBM3E)에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공급 물량을 더욱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1분기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126.3% 증가한 6조 5299억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은 올 3분기에는 SK하이닉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9조 315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분기 최대 영업익은 작년 4분기 기록한 8조 828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도 관세 부과를 위협하면서 HBM을 필두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일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대만을 찾아 TSMC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HBM 공급 협력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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